아름다운 삶을 위한 생각
- 작성일
- 2011.10.20 17:32
- 등록자
- 이형문
- 조회수
- 1867
나이 들어 늙어가는 사람들처럼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사는 날까지 무료하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푸념을 해보면서도 때로는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고 비틀거리거나 마음이 스산해지는 때가 생겨납니다.
칠십 평생을 훌쩍 다 접어지는 동짓달에 접어드니 또 한숨 섞인 푸념이 생겨나 그 많던 기백이나 용기도 어느 날인지도 모르게 다 달아나 버리고, 세상사 모두가 지고 사는 일 뿐이 없습니다. 아내와 두 손 꼭 잡고 새벽 산길을 걸으며 며칠 전까지도 장날 시장 보러 멀쩡하게 다니던 앞집 82살 노인분이 느닷없이 밤에 곡소리가 나 알고 보니 음식 먹고 급체를 해 세상을 떠났다고 소식을 들으며 우린 할말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 기가 죽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쉽게 가버린 그 할머니의 한마디 말도 들어보지 못한 채 운구차로 장지로 떠나는 흰 띠 두른 차를 무심히 바라보며 무언으로 흘린 눈 가상 자리에 고인 눈물 속에 인생 참 무상함을 새삼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그 한 밤을 집사람과 지새우며 착잡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먼 이국에 사는 막내여식에 하소연 같은 긴 전화로 마음을 달래야 했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이겼다 졌다하면서 살아가다보면 될 터인데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내 자신을 붙들고 긴장하고 살아가는 하루하루들 속에 때로는 나를 좀 강박에서 풀어 주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상대에 따라 어떤 때는 과격한 폭력이나 폭언에 저항하며 반항적으로 절대 굴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모질지 못해 정에 자신이 지고 마는 때도 많아집니다.
특히나 계절이 바뀌는 가을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때가 되거나 진눈깨비 같은 눈발이 날릴 때 눈물 나게 아름다운 초생달 모습에 반짝이는 별들의 무리 속에 나도 조용히 들어가 함께 섞여 반짝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리하여 그 진 눈밭에 내 알몸을 다 맡기고 뒹굴고만 싶습니다.
이 가마솥같이 달궈진 세상에 살아가면서 참 많이도 시달려 본 흔적만이 산산이 조각나도록 나타나 얻어맞은 듯 지친 인생이 너무 허전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먼 나라 피지에 이민 갔던 때 이민 알선 업자에 거금 전액을 그대로 사기 당해 오 갈 때 없어 산산이 부서져버린 낯선 이국의 땅에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뒤통수를 방망이질 했을 때 살고 싶지 않아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 했으나 그때마다 딸려온 식구들 때문에 그 아픈 마음을 버려야 했습니다.
이젠 살만큼 살았기에 마지막 가장 훌륭한 삶이 무엇인지? 그 길이 어디까지인지?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조용한 위치에서 찬란한 황혼 빛을 남기는 일을 찾아 나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