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독서교육 - 의정부 청룡초등학교
- 작성일
- 2009.09.05 02:58
- 등록자
- 이동선
- 조회수
- 1467
독서 교육, 이렇게 한다(6) 의정부 청룡초등학교
책 속에 길이 있대요
책 나라로 가는 길에 들어서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은 서점 가는 날’
이 표어는 어디에 붙어 있어야 가장 어울릴까? 의정부 청룡초등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마치 서적상연합회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이 표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 복도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실내 공간의 벽엔 온갖 책에 관련된 글과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져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수없이 많은 갈래의 ‘책 나라로 가는 길’이 열려 있는 곳이다
실제로 청룡초등학교에서는 ‘책 나라로 가는 길’이라는 명칭을 단 통로가 있다. 동편 현관에서 시작된 그 길은 1층 계단에서 2층, 3층을 지나 5층 도서실에 이르게 되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온갖 정보를 접하게 된다. 공공도서관과 큰 서점에 대한 안내 정보로부터 아이들의 독서체험을 소개한 ‘내가 읽은 책, 내가 가 본 서점, 내가 가 본 도서관’코너까지 아주 다양한 정보가 포스터, 시화, 책표지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있다. 그 길을 따라 5층까지 올라가다 보면 아이들이 끝나는 순간 실제로도 ‘책 나라(도서실)’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TV를 끄자
아이들은 새로운 매체를 빨리 받아들이고 쉽게 친해진다. 그리하여 컴퓨터나 텔레비전과 같은 새로운 매체들은 오래된 매체인 책을 멀리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청룡초등학교는 지난 4월과 10월, 두 차례의 ‘독서의 날’행사를 하면서 ‘TV 끄기 운동’을 벌인 바 있다.
『&039;TV 끄기 운동&039;을 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심심하고 할 것 없을 때에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공부나 숙제, 운동 등을 할 수도 있었다. TV를 보지 못하고 방에서 독서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TV가 "다영아, 이리와서 TV를 봐야지."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TV에게 유혹 당할 뻔하였다. 나는 "안돼~!"라고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여 TV와의 전쟁에서 이겨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었지만 나는 &039;TV 끄기 운동&039;을 실천했고, TV에게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 4학년 3반 추다영 -
청룡초등학교 홈페이지(http://www.cyujb.es.kr)에 올라온 TV 끄기 운동 실천 사례’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단지 얼마간의 시간만이라도 자신과 TV 사이를 스스로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자연스레 또 다른 매체인 책에 관심을 집중하게된다. 이렇게 온 학교가 책을 호흡하듯이 친숙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조성된 것은 평소 늘 책 이야기를 하는 이영현 교장 선생님의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을 만나고 호기심에 그 책들을 일일이 들춰 보는 동안, 자연스레 책과 친숙해지고 자기 스스로 책을 고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사서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선택한 책들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장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또 공공도서관으로 놀러 간다. 물론 학교에도 도서실이 있지만 거기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공공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10번 가기’를 실천하기 위해 동네 서점으로 대형할인점으로, 서울시내의 유명서점으로 나들이를 하던 아이들이 ‘공공도서관 10번 가기’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이번엔 의정부를 훌쩍 벗어나 서울 남산으로, 과천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책이 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그 분위기를 몸에 익혀 돌아온다. 그뿐 아니라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익히고 돌아온다.
저번 일요일에 어머니와 함께 에 갔다. 거기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도서관이었다. 지하에는 공짜로 컴퓨터를 하는 곳이 있고, 1층에는 유아들이 책 보는 곳이 있고, 2층에는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다. 3시(2시)쯤에는 영화도 보여 주는데 나는 보지 못하고 왔다. 난 공공도서관에 별로 간적이 없는데 가서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니까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시민회관에 있는 도서관은 별로 좋지 않았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도서관에 갔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이 밥 먹는 것과 같은 것 같다. 친구들아, 너희도 도서관 많이 가고 책도 많이 읽어.- 정윤아 -
남산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서울시내 전경을 보고, 도서관 길로 걸어 내려오면 봄엔 꽃, 여름엔 울창한 숲속, 가을엔 단풍, 겨울엔 하얀 길(스키 타도 될 걸!). 도서관 앞엔 미니 동물원, 식물원이 있고 선인장도 판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 박이슬 -
상록스토아서점에 가서 느낌표 선정도서인 &039;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039;라는 소설책을 샀다. 부모님은 수준이 높아 어려운 책이라고 하시지만 나는 아무 책이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 빨리 다 읽어야지! -권혁규-
아이들은 책을 구경만 하고 사지 않는다고 서점주인에게 눈총도 받고, 공공도서관에 가서 학교 도서실에서처럼 큰 소리로 말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한다. 욕심껏 책을 빌려 채 1권도 다 읽지 못했는데 졸음이 밀려와 그만 문 닫는 시간이 되어서야 부스스 깨어나기도 한다. 어른들이 만류하는 책을 우겨서 사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신나게 달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 보았던 책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구입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책은 이제 아이들이 가장 친한 친구 중의 하나로 늘 곁에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 손에 닳아 없어지는 책
얼핏 보면 공간의 크기나 장서 수로 보아 청룡 초등 학교 도서실은 여느 초등 학교 도서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서가에 잘 분류된 책들의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뭔가 다른 점
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손을 너무 많이 타서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도서실의 장서를 전시용으로 모셔 놓듯 하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와서 보고는 &039;왜 이렇게 책들이 다 낡은 것 투성이냐&039;며 오히려 놀란다고 한다. 초등 학교 도서실의 장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듯 청룡 초등 학교 도서실의 책은 아이들 손에 의해 서서리 닳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도서실에서도 아이들은 책과 무척 친하다. 도서설에 오는 것이 습관화된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도서실에 앉아 책을 본다. 아이들은 오래 앉아 있게 하려는 의도로 &039;독서학습기록장&039; 맨 뒤에 &039;착한 어린이표(!)&039; 스티커 욕심에 딱 20분만 앉아 있으려던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줄곧 앉아 있게 되는 일이 흔하다.
선생님 제발 &039;해리포터와 불사조의 기사단&039; 책 좀 올려주세요. 저희 엄마가 비싸다고
나중에 사 준대요..ㅠ,,ㅠ 올려주세요~- 나연진 -
저는 만화로 되어 있는 &039;이순신&039;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박선영 -
&039;마지막 왕자&039;를 추천합니다. 참 슬픈 내용입니다. 1000년의 왕국 신라. 반쯤 잊혀진 신라의 마의태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안 보시면 후회할걸요!- 김예진 -
이렇게 아이들은 도서실에 있는 책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이면 언제든 희망 도서 구입을 신청한다. 그러면 사서 선생님이 판단하여 흥미위주로만 된 만화책이나 마술책 같은 것이 아니라면 거의 다 구입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학교 홈페이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가까이 하도록 적극적으로 동기를 유발한 결과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활동도 매우 적극적이다 총 48명인 선생님들은 매달 한 권씩 &039;선생님이 권하는 책&039;을 선정하여 읽은 소감을 게시하고 그 책을 도서실에 기증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039;요즘 우리 선생님은 무슨 책을 읽나?&039; 궁금해하며 저절로 따라 읽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수시로 책 선물을 한다. 한 귀퉁이에 엄마, 아빠의 소감이 정성스레 적혀 있는 책을 받아든 아이들은 당연히 그 책을 자신만의 귀중한 보물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도서실에서 &039;도서 도우미&039; 활동을 하는 엄마들은 도서실의 책을 관리하며 매월 2회씩 &039;동화 읽는 어머니&039; 모임을 갖고 아이들이 읽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진지한 토론을 벌이곤 한다.
책, 책, 책, 끝없는 책 이야기
한정된 지면을 통해 청룡 초등 학교의 독서교육에 대해서 다 얘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각자 스스로 기록해 나가는 독서학습장, 매년 2회 열리는 독서 축제, 아이와 부모를 위한 작가 강연회, 독서 퀴즈 대회, 책갈피·독서우표·동화엽서·동시카드 제작 및 배포, 동시 12편 암송하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책과 관련된 일은 매일매일 쉴새없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넘쳐나도 늘 부족한 이야기라는 듯 학교 전체가 온통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듯하다. &039;책 속에 길이 있대요&039;라는 독서학습장의 제목이 말하듯 책의 중요성을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글은 2003년 10월 10일 청룡 초등 학교에서 &039;동시&039; 강연을 했던 의 신형건 발행인이 썼습니다.
가 추천하는 책
1학년
①노란 양동이(현암사)
②땅 속 생물 이야기(진선)
③쪽빛을 찾아서(보림)
2학년
①까막눈 삼디기(웅진닷컴)
②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히말라야)
③재주 많은 손(아이세움)
3학년
①행복한 청소부(보림)
②조금만, 조금만 더(시공주니어)
③밤티 마을 영미네 집(푸른책들)
4학년
①프린들 주세요(사계절)
②조선의 여걸 박씨부인(한겨레신문사)
③루이 브라이(다산기획)
5학년
①밥데기 죽데기(바오로딸)
②꽃씨 할아버지 우장춘(창비)
③얘들아, 역사로 가자(풀빛)
6학년
①너도 하늘말나리야(푸른책들)
②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③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시공주니어)
*이 목록은 각 학년별로 24권씩 추천된 책 중에서 3권씩 고른 것입니다.
글쓴이 : 신형건(아동문학가, 도서출판 푸른책들 대표)
월간 동화읽는가족 2003년 12월호
책 속에 길이 있대요
책 나라로 가는 길에 들어서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은 서점 가는 날’
이 표어는 어디에 붙어 있어야 가장 어울릴까? 의정부 청룡초등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마치 서적상연합회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이 표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서면 복도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실내 공간의 벽엔 온갖 책에 관련된 글과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져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수없이 많은 갈래의 ‘책 나라로 가는 길’이 열려 있는 곳이다
실제로 청룡초등학교에서는 ‘책 나라로 가는 길’이라는 명칭을 단 통로가 있다. 동편 현관에서 시작된 그 길은 1층 계단에서 2층, 3층을 지나 5층 도서실에 이르게 되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온갖 정보를 접하게 된다. 공공도서관과 큰 서점에 대한 안내 정보로부터 아이들의 독서체험을 소개한 ‘내가 읽은 책, 내가 가 본 서점, 내가 가 본 도서관’코너까지 아주 다양한 정보가 포스터, 시화, 책표지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있다. 그 길을 따라 5층까지 올라가다 보면 아이들이 끝나는 순간 실제로도 ‘책 나라(도서실)’에 도착하게 된다.
먼저 TV를 끄자
아이들은 새로운 매체를 빨리 받아들이고 쉽게 친해진다. 그리하여 컴퓨터나 텔레비전과 같은 새로운 매체들은 오래된 매체인 책을 멀리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청룡초등학교는 지난 4월과 10월, 두 차례의 ‘독서의 날’행사를 하면서 ‘TV 끄기 운동’을 벌인 바 있다.
『&039;TV 끄기 운동&039;을 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심심하고 할 것 없을 때에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공부나 숙제, 운동 등을 할 수도 있었다. TV를 보지 못하고 방에서 독서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TV가 "다영아, 이리와서 TV를 봐야지."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TV에게 유혹 당할 뻔하였다. 나는 "안돼~!"라고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여 TV와의 전쟁에서 이겨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었지만 나는 &039;TV 끄기 운동&039;을 실천했고, TV에게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 4학년 3반 추다영 -
청룡초등학교 홈페이지(http://www.cyujb.es.kr)에 올라온 TV 끄기 운동 실천 사례’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단지 얼마간의 시간만이라도 자신과 TV 사이를 스스로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자연스레 또 다른 매체인 책에 관심을 집중하게된다. 이렇게 온 학교가 책을 호흡하듯이 친숙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조성된 것은 평소 늘 책 이야기를 하는 이영현 교장 선생님의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아이들은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을 만나고 호기심에 그 책들을 일일이 들춰 보는 동안, 자연스레 책과 친숙해지고 자기 스스로 책을 고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리고 책을 사서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선택한 책들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장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또 공공도서관으로 놀러 간다. 물론 학교에도 도서실이 있지만 거기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공공도서관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10번 가기’를 실천하기 위해 동네 서점으로 대형할인점으로, 서울시내의 유명서점으로 나들이를 하던 아이들이 ‘공공도서관 10번 가기’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이번엔 의정부를 훌쩍 벗어나 서울 남산으로, 과천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책이 있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그 분위기를 몸에 익혀 돌아온다. 그뿐 아니라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익히고 돌아온다.
저번 일요일에 어머니와 함께 에 갔다. 거기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도서관이었다. 지하에는 공짜로 컴퓨터를 하는 곳이 있고, 1층에는 유아들이 책 보는 곳이 있고, 2층에는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있다. 3시(2시)쯤에는 영화도 보여 주는데 나는 보지 못하고 왔다. 난 공공도서관에 별로 간적이 없는데 가서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니까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시민회관에 있는 도서관은 별로 좋지 않았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도서관에 갔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이 밥 먹는 것과 같은 것 같다. 친구들아, 너희도 도서관 많이 가고 책도 많이 읽어.- 정윤아 -
남산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서울시내 전경을 보고, 도서관 길로 걸어 내려오면 봄엔 꽃, 여름엔 울창한 숲속, 가을엔 단풍, 겨울엔 하얀 길(스키 타도 될 걸!). 도서관 앞엔 미니 동물원, 식물원이 있고 선인장도 판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 박이슬 -
상록스토아서점에 가서 느낌표 선정도서인 &039;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039;라는 소설책을 샀다. 부모님은 수준이 높아 어려운 책이라고 하시지만 나는 아무 책이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 빨리 다 읽어야지! -권혁규-
아이들은 책을 구경만 하고 사지 않는다고 서점주인에게 눈총도 받고, 공공도서관에 가서 학교 도서실에서처럼 큰 소리로 말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한다. 욕심껏 책을 빌려 채 1권도 다 읽지 못했는데 졸음이 밀려와 그만 문 닫는 시간이 되어서야 부스스 깨어나기도 한다. 어른들이 만류하는 책을 우겨서 사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신나게 달려가기도 한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 보았던 책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구입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책은 이제 아이들이 가장 친한 친구 중의 하나로 늘 곁에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 손에 닳아 없어지는 책
얼핏 보면 공간의 크기나 장서 수로 보아 청룡 초등 학교 도서실은 여느 초등 학교 도서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서가에 잘 분류된 책들의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뭔가 다른 점
이 보이기 시작한다. 새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손을 너무 많이 타서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도서실의 장서를 전시용으로 모셔 놓듯 하는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와서 보고는 &039;왜 이렇게 책들이 다 낡은 것 투성이냐&039;며 오히려 놀란다고 한다. 초등 학교 도서실의 장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듯 청룡 초등 학교 도서실의 책은 아이들 손에 의해 서서리 닳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 도서실에서도 아이들은 책과 무척 친하다. 도서설에 오는 것이 습관화된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도서실에 앉아 책을 본다. 아이들은 오래 앉아 있게 하려는 의도로 &039;독서학습기록장&039; 맨 뒤에 &039;착한 어린이표(!)&039; 스티커 욕심에 딱 20분만 앉아 있으려던 아이들이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줄곧 앉아 있게 되는 일이 흔하다.
선생님 제발 &039;해리포터와 불사조의 기사단&039; 책 좀 올려주세요. 저희 엄마가 비싸다고
나중에 사 준대요..ㅠ,,ㅠ 올려주세요~- 나연진 -
저는 만화로 되어 있는 &039;이순신&039;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박선영 -
&039;마지막 왕자&039;를 추천합니다. 참 슬픈 내용입니다. 1000년의 왕국 신라. 반쯤 잊혀진 신라의 마의태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안 보시면 후회할걸요!- 김예진 -
이렇게 아이들은 도서실에 있는 책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이면 언제든 희망 도서 구입을 신청한다. 그러면 사서 선생님이 판단하여 흥미위주로만 된 만화책이나 마술책 같은 것이 아니라면 거의 다 구입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읽은 책을 학교 홈페이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아이들 스스로 책을 가까이 하도록 적극적으로 동기를 유발한 결과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의 활동도 매우 적극적이다 총 48명인 선생님들은 매달 한 권씩 &039;선생님이 권하는 책&039;을 선정하여 읽은 소감을 게시하고 그 책을 도서실에 기증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039;요즘 우리 선생님은 무슨 책을 읽나?&039; 궁금해하며 저절로 따라 읽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수시로 책 선물을 한다. 한 귀퉁이에 엄마, 아빠의 소감이 정성스레 적혀 있는 책을 받아든 아이들은 당연히 그 책을 자신만의 귀중한 보물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도서실에서 &039;도서 도우미&039; 활동을 하는 엄마들은 도서실의 책을 관리하며 매월 2회씩 &039;동화 읽는 어머니&039; 모임을 갖고 아이들이 읽는 책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진지한 토론을 벌이곤 한다.
책, 책, 책, 끝없는 책 이야기
한정된 지면을 통해 청룡 초등 학교의 독서교육에 대해서 다 얘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각자 스스로 기록해 나가는 독서학습장, 매년 2회 열리는 독서 축제, 아이와 부모를 위한 작가 강연회, 독서 퀴즈 대회, 책갈피·독서우표·동화엽서·동시카드 제작 및 배포, 동시 12편 암송하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책과 관련된 일은 매일매일 쉴새없이 이루어진다. 아무리 넘쳐나도 늘 부족한 이야기라는 듯 학교 전체가 온통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듯하다. &039;책 속에 길이 있대요&039;라는 독서학습장의 제목이 말하듯 책의 중요성을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글은 2003년 10월 10일 청룡 초등 학교에서 &039;동시&039; 강연을 했던 의 신형건 발행인이 썼습니다.
가 추천하는 책
1학년
①노란 양동이(현암사)
②땅 속 생물 이야기(진선)
③쪽빛을 찾아서(보림)
2학년
①까막눈 삼디기(웅진닷컴)
②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히말라야)
③재주 많은 손(아이세움)
3학년
①행복한 청소부(보림)
②조금만, 조금만 더(시공주니어)
③밤티 마을 영미네 집(푸른책들)
4학년
①프린들 주세요(사계절)
②조선의 여걸 박씨부인(한겨레신문사)
③루이 브라이(다산기획)
5학년
①밥데기 죽데기(바오로딸)
②꽃씨 할아버지 우장춘(창비)
③얘들아, 역사로 가자(풀빛)
6학년
①너도 하늘말나리야(푸른책들)
②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③한밤중 톰의 정원에서(시공주니어)
*이 목록은 각 학년별로 24권씩 추천된 책 중에서 3권씩 고른 것입니다.
글쓴이 : 신형건(아동문학가, 도서출판 푸른책들 대표)
월간 동화읽는가족 200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