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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예술작품은 누군가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탄생하는 듯 합니다. 권력 주도층 사회에서 자금형성 물품으로 대량생산을 유도 했던 청자, 세상은 끊임없는 암투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사당마을은 모처럼 전성기가 왔네요. 덕분에 도공들 모두 각자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태어난 명품들, 균형 잡힌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것만도 어려웠을텐데, 학의 무늬를 65개나 정교하게 상감했다는 ‘청자상감운학문병’ 괴짜도공은 학이 되고 싶었을까요? 무신정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스러운 세상과 상관없이 태어난 명품이네요.
여인의 향기 괴짜도공이 만든 상감청자를 보고 행수도공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정한숙의 소설 '금당벽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벽면에 저녁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자 지상의 열반의 세계에 도취한 주지가 꿇어 엎드리고 뭇승들의 합장배례가 끊이지 않았다." '청자상감운학문병'에서 강진청자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둥글게 부푼 풍만한 어깨에서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내려와 잘록하게 좁아졌다가 굽 가까이에서 살짝 벌어진다. 거기에 상감기법을 통하여 하늘을 나는 학과 구름을 새겨 넣었다. 작가가 묘사한 청자를 보고 있자니, 부드러운 곡선의 여인네가 수백년을 건너 아지랑이처럼 너울거리는 듯하다. 마누라한테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생에서 한껏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향기로 여인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알 파치노'처럼.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예요!" 젊은 여인,청자와 탱고를 추고 싶은, "상감이 뭔지 몰라도 보이는 그게 바로 청자예요!" 워메 환장허겄다.오금이 저린다. 무신정권 아래에서 청자가 꽃을 피웠다는 건 한편으론 참 아이러니하다. 하기야 인문을 숭상하는 문신들은 감놔라 배놔라 간섭하느라 예술이 꽃피울 여력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예술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아야 창의력이 꽃필 수 있다. 한편으론 중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었으리라. 청자를 보면 우리나라 반도체와 발전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천신만고 끝에 세계1위에 오른 반도체 기술이 대만 TSMC나 미국 엔비디아에 밀리고 있다. 다 잘난 위정자들 탓이 크다. 작가가 끄는대로 동서고금 종횡무진 시대와 문화예술을 넘나드는 맛이 쏠쏠하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낼 만하다. ~~~~~~~~~~~~~~~~~~~~~~~~~~~~~ 앒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앒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조지훈
천학 청자병 천 마리 학이 나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천학 청자병'.괴짜 도공이 만든 이 청자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최충수의 가노와 함께 청자를 둘러보던 향리는 이 청자 앞에서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서 꼼짝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무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던 시절 탐진의 청자는 무신들이 있는 대로 다 가져가 대신과 호족들에게 고가로 팔았다. 그 돈으로 같은 무신들을 다독거리는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그 이전부터 시작된 상감기법도 이 때 만개하였던 것. 사당마을은 상감청자만 굽는 가마가 늘어나고 행수도공들도 모여들었고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청자 운반선이 부족할 지경이었다고 하니 당시 탐진 청자가 어느 정도 인기였는지 알 것도 같다.다만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둔 영화'서울의 봄'에서 처럼 정통성이 없이 권력을 장악한 자들의 행태를 보는 듯하여 비통함을 지을 수 없을 뿐이다.
날씬한 몸체에는 42개의 원으로 된 창이 있는데, 둥근 창속에는 학이 구름을 뚫고 위를 향해 날고, 창밖의 학 23마리는 구름 사이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학의 날개는 백토 상감으로 하고, 부리와 다리는 흑토상감을 해서 기법의 절정을 보여 주었는데, 병에 새긴 학은모두 65마리였다. 그러나 그것은 병이 가만히 있을 때의 숫자이고, 괴짜도공이 병을 빙글빙글 돌리자 수천 마리의 학이 구름 사이로 비색 창공을 나는 듯했다. 최충수 집사가 탄성을 질렀다.“천 마리 학이 날아다니는 것 같시다!”이에 행수도공이 말했다.“천 마리 학이 나는 것 같다고 우리 도공덜 끼리는 ‘천학 청자병’이라고 부르그만요. 서울 사람덜은 ‘청자상감구름학무니병’이라고 허드그만요.”문식이 있는 관원들은 <청자상감운학문병>이라고 불렀다.이 청자는 천년의 세월을 지나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는 감탄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아, 상감청자가 무신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팔려나가겠군요. 예나 지금이나 정통성이 없는 정부는 늘 위태롭지요. 허니 온갖 금은보화로 반대파를 회유하거나 숙청하는 일이 필연적일밖에요. 우리 민족이 이토록 훌륭한 청자를 만들어 사용했으면서 오늘날 일본과 다르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그릇들이 온통 스테인레스나 플라스틱인 것은 참으로 안타 깝습니다. 흙에서 온 도자기 속의 음식이야말로 우리를 살리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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