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보니 72년생 이었습니다!
- 작성일
- 2023.11.12 10:09
- 등록자
- 김태중
- 조회수
- 99
태어나보니 72년생이었습니다. 쥐띠가 부여되었고, 이제 와서 네이버에 별자리를 검색해 보니 전갈자리랍니다. 뭐 특별하게 주어진 것에 대해 불만이 있을 리 만무하죠. 태어난 것에 대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초등, 중등, 고등 시절 내내 한 반에 50명 이상은 학생의 신분으로, 교실 빼곡히 쥐들이 득실거렸답니다. 물론 개중에 73년생, 소띠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부모의 욕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회와 지역이라는 울타리에서 동갑내기는 왠지 인생의 동반자라는 마음이 듭니다. 전장에서 함께 하는 전우보다 쪼끔 더 진한 우정이라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고, 어릴 적 중,고등학교 선생들 보다 더 나은 스승일 수도 있고, 고귀한 물질과 동갑내기 친우를 두고 인생의 선택지를 둔다면, 자양분이 될 수 있는 호기롭고, 간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베이비붐 세대의 끄트머리의 둘째 칸에 태워진 세대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에서 거의 막차를 탄 세대이기도 합니다. “잘살아보세”의 새마을 구호 아래, 치열하고도 치열한 경쟁의 세대, 비교의 세대입니다. 시대와 현실이 녹록하지 않은 부모의 기대가 하늘을 치솟을 정도의 압박감과 중압감이 강력했던 세대입니다. 학교라는 문턱에 들어섰을 때부터 “가나다” 순으로 번호가 매겨짐과 동시에 글과 숫자를 잘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성적이라는 순위가 매겨진 세대입니다. 눈은 잘 보이는지, 귀는 잘 들리는지, 말은 어눌하게 하지는 않는지, 건강은 이상 없는지, 정상적인 학습능력을 가졌는지 등등의 대중적인 관찰과 관심보다는 오롯이 숫자의 장난과 놀음에 서열을 중시하는 관계자의 편협에 등급이 정해져 버린 세대입니다. 엔진이 개발되었던 1차 산업을 바탕으로, 전기가 확산 공급되는 2차 산업혁명을 몸소 체험하기 시작한 세대로써, 엄니들의 빨래전쟁터에서 세탁기의 공급으로 가사노동에서 해방됨에 산업전선으로, 구국의 산업전사로, 허물을 벗고 나아가는 노동자가 되심에, 엄니들의 사랑(?)은 배가 되시고, 우리는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의 노예가, 줄 세우는 허수아비가 되었던 세대입니다. 진학의 정보는 오직 학습의 권력자, 오른손에서 쥐고 놀아남에 숨 가빠야 했고, 성인지 감수성이 풍만할 시기에 3차 산업혁명에 허둥대고, 산업전사, 머슴교육을 세뇌당하고, 사회라는 거리에 등 떠밀려 나와 보니, IMF라는 현실의 벽을 마주볼 수밖에 없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태어남은 내 잘못은 아니나, 살아가는 몫과 방향은 나의 책임이로니, 얼마나 치열한 세대입니까. 어찌어찌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젊음이 충만한 꼰대이자, 젊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세대입니다. 노하신 부모님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자식의 삶에 관심과 애정만 담고 바라볼 뿐, 간섭이라는 것은 내 자신이 진절머리 치는 세대입니다. 물질적인 것에 그다지 관심은 없으나, 마눌님의 언저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섬세하게 살피고, 내가 한 끼 정도 굶는 한이 있더라도, 마눌님의 건강은 상시 챙겨야 하는 세대입니다. 자식에게는 “이 세상, 이 삶이 살만한 세상이다”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세대입니다, 나의 세상은 살만한 세상에 대해 교육 받지 못하고서 사회에 내동댕이 당한 과거에 홀로서기의 막장을 봐야했더랍니다. 나는 그랬으니, 자식에게도 홀로서기를 답습하라, 내팽개치기에는 세상과 삶이 너무 척박합니다. 나도 작금의 이 세상과 이 삶을 다 이해하지도, 분별하지도, 방향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기엔 낮 부끄러움을 알기에, 그저 자식의 맘만 바라봐야하는 세대입니다. 이러한 세대가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 AI를 마주합니다. 그래도, 자식에게 이 세상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아젠다를 찾아야 하기에 AI에게 질문합니다. 돌아오는 답은 없고, AI전기밥솥에서 “맛있는 밥이 다 되었습니다. 맛있게 저어주세요“라는 멘트를 받습니다. 아직은 AI가 초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세대입니다.
지역사회활동가, 밥상차리는농사꾼 김태중
지역사회활동가, 밥상차리는농사꾼 김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