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세이) 8월의 여름 이야기
- 작성일
- 2013.09.10 14:45
- 등록자
- 이홍규
- 조회수
- 1579
바람 한 점도 불지 않는 팔월의 여름은 집에 있어서 땀 줄기가 사르르 삼베적삼을 적신다. 선풍기 앞에서 한참을 앉아 있어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운 바람이 나온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서 물과 함께 마시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비가 두 달 가까이 오지 않아 가뭄 또한 심각하다. 밭에 심은 참깨와, 고추가 시들시들 힘이 없다. 주인을 잘못 만나서 한 여름에 곤욕을 치르고 있어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느껴 졌다.
이렇게 무더운 날 한낮에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어 독서 삼매경(三昧境)에 빠지기 위해 책 세 권을 책장에서 꺼냈다. 책을 펼치니 하얀 종이를 가득 채운 글자들이 눈을 인도한다. 광대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정글만리'라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개혁개방과 함께 급부상한 중국의 경제발전과 그 곳에서 사업을 하는 종합상사 직원들, 중국에 건너와 사업하는 중소업체 사장, 중국유학생, 금권에 눈먼 관료들,사업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중국은 마치 정글과 같아서 적자생존(適者生存)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곳이다. 모택동이 이룩한 공산혁명의 이념은 이미 돈 앞에서 힘을 잃었고, 오직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중국으로 변모하였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중국의 어두운 모습을 보게 되어
씁쓸함을 느꼈다.
책 속에 펼쳐진 중국의 여기저기를 한참 다니며, 이야기 속에 빠져 들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음악이 우렁차게 울렸다.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르니 친한 선배였다. '시원한 냇가에 가서 발 담그며,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 끓여 먹자'고 했다. 흔쾌히 긍정의 대답을 하고, 슈퍼에 들려 음료수와 간식을 사서 집앞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조금 후 선배의 승용차가 다가오자 차에 몸을 의지하여, 햇살이 눈부신 도로를 달려갔다.
대구면의 청자 도요지를 지나자 시냇물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 왔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은 정수사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로, 가뭄에도 물줄기가 마르는 때가 없었다고 한다. 차에서 짐을 내려 텐트를 치고 차분히 자리를 잡았다.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그물을 가져온 줄 알았는데, 된장 한 통과 플라스틱 투명 호리병 세 개가 고작 이었다.
함께 온 선배들은 된장을 분리된 호리병 안쪽에 넣고 뚜껑을 닫고 물 속에 담갔다. 된장 냄새를 맡고 병 속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시냇물은 콸콸콸 힘찬 소리를 내며 흘러 가고, 멀고 먼 산 위에서 불어온 한줄기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힌다.
물에 담가 두었던 수박 한 통을 꺼내 쟁반 위에 올려 놓고 칼날을 들이대니 짝 하고 갈라진다. 두 쪽난 수박을 여러 조작으로 나누어 접시에 담았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무미건조 했던 입안에 수박의 향기가 퍼졌다. 야외에 나와서 확 트인 곳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먹는 수박의 맛은 특별했다.
자연과 벗삼아 세상의 시름을 잊는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지나간 추억과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분위기는 화기애애(和氣靄靄) 해졌다. 물 흐르는 시냇가에 세 명의 사내가 주고받는 이야기는 자식들 교육,취업,경제 등 삶 속에서 느끼는 진솔한 내용 이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어서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 속에 호리병을 보니 어디서 몰려 왔는지 물고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세 개의 병을 열어 솥 단지에 부으니 물고기가 가득 찼다. 너무 어린것은 골라서 물 속으로 되돌려 보내고 손가락 크기의 고기만 남겼다. 물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을 하고, 퇴김 가루에 묻혀 팔팔 끓는 기름에 튀겼다. 잘 튀겨진 은어를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하여, 이제는 솥 단지에 고추장,양파,마늘,풋고추와 함께 물고기를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의 냄새는 바람을 타고 건너마을 까지 퍼져 나갔다. 큰 대접에 매운탕을 덜고, 텅 빈 입안을 보해 잎새주로 달래었다. 대접에서 떠올린 수저에는 물고기의 하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입 속의 쓴맛을 씻어 내는 매운탕의 왕복이 이어지니, 시름과 걱정이 사라졌다.
햇살이 서산을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취흥에 젖었던 시간이 사르르 풀리고, 다시 맑은 정신으로 되돌아 왔다. 짐을 정리하고, 텐트를 거두어 트렁크에 실었다. 밤 하늘에 별 하나가 얼굴을 내밀고 윙크를 했다. 가장 부지런한 별이 잠에서 깨어 밤하늘을 가장 먼저 밝혔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하늘의 별빛이 우리를 인도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별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집 앞의 주차장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하늘을 바라보니, 별빛은 또 윙크를 했다. 오늘은 동방박사가 되어 별빛과 함께 동행을 한 신비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마음이 평안해졌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뿌연 모깃불의 연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모기를 쫓아내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강아지 백구가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부린다. 평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가 쟁반 가득히 채워져 있다. 방안에서 숙제하는 아이들을 불러 옥수수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여름밤은깊어 갔다.
이홍규 농촌사랑운동본부 홍보위원
이렇게 무더운 날 한낮에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어 독서 삼매경(三昧境)에 빠지기 위해 책 세 권을 책장에서 꺼냈다. 책을 펼치니 하얀 종이를 가득 채운 글자들이 눈을 인도한다. 광대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정글만리'라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개혁개방과 함께 급부상한 중국의 경제발전과 그 곳에서 사업을 하는 종합상사 직원들, 중국에 건너와 사업하는 중소업체 사장, 중국유학생, 금권에 눈먼 관료들,사업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중국은 마치 정글과 같아서 적자생존(適者生存)과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곳이다. 모택동이 이룩한 공산혁명의 이념은 이미 돈 앞에서 힘을 잃었고, 오직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중국으로 변모하였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중국의 어두운 모습을 보게 되어
씁쓸함을 느꼈다.
책 속에 펼쳐진 중국의 여기저기를 한참 다니며, 이야기 속에 빠져 들고 있을 때 핸드폰에서 음악이 우렁차게 울렸다. 핸드폰 통화버튼을 누르니 친한 선배였다. '시원한 냇가에 가서 발 담그며,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 끓여 먹자'고 했다. 흔쾌히 긍정의 대답을 하고, 슈퍼에 들려 음료수와 간식을 사서 집앞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조금 후 선배의 승용차가 다가오자 차에 몸을 의지하여, 햇살이 눈부신 도로를 달려갔다.
대구면의 청자 도요지를 지나자 시냇물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 왔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은 정수사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로, 가뭄에도 물줄기가 마르는 때가 없었다고 한다. 차에서 짐을 내려 텐트를 치고 차분히 자리를 잡았다.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서 그물을 가져온 줄 알았는데, 된장 한 통과 플라스틱 투명 호리병 세 개가 고작 이었다.
함께 온 선배들은 된장을 분리된 호리병 안쪽에 넣고 뚜껑을 닫고 물 속에 담갔다. 된장 냄새를 맡고 병 속으로 들어온 물고기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시냇물은 콸콸콸 힘찬 소리를 내며 흘러 가고, 멀고 먼 산 위에서 불어온 한줄기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힌다.
물에 담가 두었던 수박 한 통을 꺼내 쟁반 위에 올려 놓고 칼날을 들이대니 짝 하고 갈라진다. 두 쪽난 수박을 여러 조작으로 나누어 접시에 담았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무미건조 했던 입안에 수박의 향기가 퍼졌다. 야외에 나와서 확 트인 곳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먹는 수박의 맛은 특별했다.
자연과 벗삼아 세상의 시름을 잊는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지나간 추억과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분위기는 화기애애(和氣靄靄) 해졌다. 물 흐르는 시냇가에 세 명의 사내가 주고받는 이야기는 자식들 교육,취업,경제 등 삶 속에서 느끼는 진솔한 내용 이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어서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 속에 호리병을 보니 어디서 몰려 왔는지 물고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세 개의 병을 열어 솥 단지에 부으니 물고기가 가득 찼다. 너무 어린것은 골라서 물 속으로 되돌려 보내고 손가락 크기의 고기만 남겼다. 물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손질을 하고, 퇴김 가루에 묻혀 팔팔 끓는 기름에 튀겼다. 잘 튀겨진 은어를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하여, 이제는 솥 단지에 고추장,양파,마늘,풋고추와 함께 물고기를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의 냄새는 바람을 타고 건너마을 까지 퍼져 나갔다. 큰 대접에 매운탕을 덜고, 텅 빈 입안을 보해 잎새주로 달래었다. 대접에서 떠올린 수저에는 물고기의 하얀 속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입 속의 쓴맛을 씻어 내는 매운탕의 왕복이 이어지니, 시름과 걱정이 사라졌다.
햇살이 서산을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니, 취흥에 젖었던 시간이 사르르 풀리고, 다시 맑은 정신으로 되돌아 왔다. 짐을 정리하고, 텐트를 거두어 트렁크에 실었다. 밤 하늘에 별 하나가 얼굴을 내밀고 윙크를 했다. 가장 부지런한 별이 잠에서 깨어 밤하늘을 가장 먼저 밝혔다.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하늘의 별빛이 우리를 인도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별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덧 집 앞의 주차장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하늘을 바라보니, 별빛은 또 윙크를 했다. 오늘은 동방박사가 되어 별빛과 함께 동행을 한 신비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마음이 평안해졌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니, 뿌연 모깃불의 연기가 마당을 가득 채우고, 모기를 쫓아내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강아지 백구가 다가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부린다. 평상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가 쟁반 가득히 채워져 있다. 방안에서 숙제하는 아이들을 불러 옥수수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여름밤은깊어 갔다.
이홍규 농촌사랑운동본부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