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되어 서로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것
- 작성일
- 2012.05.23 12:47
- 등록자
- 이형문
- 조회수
- 1695
팍팍하고 고단한 세상에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것 그리고 기억해 준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며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저리는 일인지 생각 해 봅니다.
우리가 한세상을 사는 동안 그 분이 이 하늘아래 어딘가에 있다는 것 또 찾으면 있을 것이라는 것 그 음성 그 모습이 항상 눈에 밟히고 그리워지는 사람으로 기억이 나고, 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사람에게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살아간다는 것이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도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을 뿐입니다.
아는 분들의 활동 범위를 저울질 해 보면서 아마도 지금쯤이면 무엇을 하고 계실까? 어느 날 수첩을 끄집어 내 일일이 한 장씩 넘겨보면서 세월의 뒤안길로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追憶)을 스크린으로 펼쳐 눈 속에 아른 거려 봅니다.
그러다보면 숙명(宿命)처럼 훌훌 털고 가버린 무척 아쉬운 모습이 몹시도 보고파 질 때도 있지요.
빛바래버린 나의 수첩에는 빨간 줄을 그어보다 보니 허겁지겁 허우적거리고 사는 동안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이 70%가 넘는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또 어느 한분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안부 전화번호로 물어보면 엉뚱한 곳이 나와 연락조차 안 되고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돼 버렸습니다.
만남이 곧 이별이라 하는데 어찌하여 우리 인간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어찌 그리도 짧은 기간에 미련만 남기고 빨리 멀어져 가 버리는지 이별은 참으로 슬픔입니다.
동반자의 길에 서로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세고취화(勢孤取和)이듯 인연 따라 모두가 헤어지기 마련이지요.
법정스님의 말씀대로 아름다운 마무리의 내려놓음이 깨끗한 비움인 것을 사는 동안 미련이란 게 남아서 그러지 못하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분수를 오늘도 적당한 마음을 그릇에 담아두고 그리운 분들의 모습을 기억 해 본다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면서 인연된 이 땅과 이 좋은 고장 우리 강진에서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내와 손잡고 여생(餘生)을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