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어느 할아버지의 생애(生涯)
- 작성일
- 2011.04.20 16:49
- 등록자
- 이형문
- 조회수
- 1577
자식 다섯을 둔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평범한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앞으로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한 푼이라도 아껴 월급을 저축하며 열심히 직장에 다녔습니다.
공직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청렴하고 사리분별이 분명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검소와 절약의 모범된 삶을 조용히 지켜 온 공직자였습니다.
이런 바른 삶을 살아 온 아버지였기에 그 자식들은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모습대로 닮게 되지요.
그러나 늙어가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듯이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공직생활하면서 들어놓은 적금과 퇴직금으로 자식들 다섯을 다 짝 지어 내보냈습니다.
평소에 아버님께서 자식들 다섯을 앉혀놓고 장가들이는 것까지만 책임지고 그 다음은 너희들 자신이 살아가도록 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때문에 그런 각오였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18세에 성년식이 끝나면 단돈 천원 한 장이라도 빌려주고 갚아야하는 냉정하고 철저히 자립정신을 키워줍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부자유친의 사상과 유교적 습성이 이어져 내려오며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 책임 져야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자식들이 결혼을 해도 부모에 의지하는 현실입니다.
그 모든 자식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는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가 되어도 말없이 부모의 책임으로 여기고 실천합니다.
이런 현실이 몸에 밴 자식들은 부모가 자식을 키워 결혼시키고 집 사주고 사업자금까지 대 줘야한다는 의타심이 남아 부모의 노후는 마지막에 말 그대로 길거리에 나 앉아야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된 은퇴자가 급증하여 크나큰 사회적 문제점으로 남게 된 현실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맹목적으로 무조건 사랑하기에 뒷돈을 대느라 집 팔고 소 팔고 밭팔아 억(億)대의 돈을 쏟아 부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 부모는 부모의 자격이 없다고 자식들은 커서 불효하고 부모를 업신여기는 불효자가 되고 심하면 부모를 학대 살인까지 서슴없이 하는 세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자식들을 상전처럼 여기고 남은 결과는 뻔합니다.
오늘 날 우리나라 자식들은 부모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93%라는 통계수치입니다.
대학 학자금까지는 95%로 무조건이고 87%가 결혼 비용이며 74%가 전세자금이나 집을 사 주고 용돈까지 책임진다는 최근 나온 통계사실입니다.
결국 노후생활의 최대의 적은 자식을 많이 둔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한 예를 들어 우리나라 모 장관이 자식이 사업을 하다 돈을 말아먹는 바람에 창피해서 미국으로 도피성 이주를 해야 했고 또 어느 한 장관은 노후에 생활비를 벌기위해 강연회나 주례를 서야하는 경우도 있으나 주변의 눈이 무서워 남에게 자신의 말을 못할 뿐 자녀들의 문제로 노후가 위기에 빠진 유명인사들도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노년에 저축통장 엷은 노인들은 곧잘 길거리로 내 몰리기 일쑤여서 종로 3가 종묘 쉼터에 가 보거나 지하철에 가보면 노상 노인들이 만원입니다.
더구나 지하철의 경우 서울에서 천안까지 서울에서 춘천까지 무임승차가 되기에 시간을 그렇게 보내거나 가장 돈이 적게 드는 기원에 가서 바둑 두는 곳에 다 자리 잡고 종일 앉아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경매처리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부모집을 담보로 자녀 사업자금을 빌려 쓰고 망해버린 집들이 거지반인데 어느 70대 할아버지는 찾아와서 살려달라고 읍소하며 자식들이 너무 밉다고 통곡하더라는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매년 8만 명 정도의 은퇴자가 파산위기에 몰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해서 자식들에게 재산 상황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성장과정에서 길잡이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무조건 오냐 오냐 길러서는 절대 안 되고 참된 자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 때부터 철저한 인성교육과 가정교육이 첫째입니다.
다 커서 후회하는 일없이 자식이 사랑스러우면 엄하게 매를 들거나 때로는 애정을 듬뿍 주면서 키워야 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성년이후는 자기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부모 곁을 나가 자기 삶을 가꾸지만 우리나라 자식들만은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곁에 맴돌며 아랫목에만 머물다가 결혼자금으로 집 마련과 사업자금까지 홀랑 다 빼먹고 늙으면 길바닥에 나 앉아야하는 신세가 되어도 자식들은 나 몰라라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고 뻔뻔하게 여기는 자식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장가가고 난 뒤에는 서로 부모 모시기를 거부하는 비참한 현실입니다.
결국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짝사랑만하다가 나중엔 알거지 신세가 되어도 내 짓이 아니라는 불효자식을 만든 꼴이 되고 맙니다.
그러던 어느 날 췌장암 선고를 받은 몇 달 후 83세에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식들 모르게 들어놓은 사망 저축 연금이 밝혀지면서 병원비까지 다 정리되었습니다.
허망하게 가신 아버님 시신 앞에 잘못을 느끼며 통곡했고 효도 못한 죄책감을 그 때에야 뉘우치게 됐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신 후에 통곡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병원에 있던 날 노인 부부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여행 한번도 못해보고 간다고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다른 세상에 다시 만나면 이승에서 못한 여행을 원 없이 해 보자며 손을 꼭 잡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