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지 못한 세상(世上) - 사람도 종자가 있는가?
- 작성일
- 2011.04.11 15:52
- 등록자
- 이형문
- 조회수
- 1927
정직하지 못한 세상(世上)
( 사람도 종자가 있는가? )
요즘 세상이 컴퓨터가 발전돼 지구 끝에 까지도 전화나 메일을 띄우고, 받을 수 있고, 돈만 많으면 하고 싶은 것 다 누리고 살아가는 자본주의 세상이기에 인간이 돈에 노예가 되어 인간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돈 벌 때 넌 뭐 했기에 내 돈 번 걸 가지고 시기 질투하느냐? 는 식입니다. 그러므로 돈 번 깊은 이유를 따지지 말라는 말이지요. 도둑질을 했건 남의 등을 쳐 사기를 했건 상관 말라는 뜻입니다. 결국 꿩 잡는 게 매고, 장땡 잡는 자가 제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돈 없는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기가 죽어 보고만 있는 사실 그런 세상 현실입니다. 더구나 양심 있는 공직에 근무하고 있는 분들은 돈과 거리가 멉니다. 오직 자기 직분에 감사하며 나라를 위해 일할 뿐이지요.
그러나 이들도 당장 한 발짝 밖에 나가보면 돈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기에 개중에는 돈에 얽히는 부정한 관리도 많이 봅니다. 그처럼 누구나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새벽부터 밤까지 시장 바닥에 나앉아 식구들 목에 거미줄을 치지 않으려고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큰 병원에 가 보면 돈 있는 사람은 초호화 특실에 누워 치료받으나 없는 사람은 천하게 취급받습니다. 그러니 너 나 없이 돈 벌려고 눈에 불을 밝힙니다.
그러나 콩 심은 곳에는 반드시 콩이 나고, 팥 심은 곳에 팥이 나기 마련이지요. 아무리 요즘 시대가 스피드 세상이고, 머리싸움 세상이고 앞 뒤 없는 세상이라 하지만 정직한 사람은 최후에는 반드시 승리자가 되게 되어있고, 법에도 정의가 있기 마련입니다. 또한 사람도 종자나 흐름의 족보는 무시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종자(種子)가 있기 마련입니다.
옛날이야기 하나 해 봅니다. 양반 쌍놈을 가리던 시절, 경상도 쪽에서 푸줏간을 하며 돈을 많이 모은 이 분은 쌍놈 취급만 받고 살아온지라 양반 한번 돼 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양반 고을이라는 전주로 짐을 싸 살러 갔습니다. 제법 사전에 양반공부도 좀해서 양반행세를 하고 살던, 어느 날 여름 동리 양반들 몇을 불러다 자기 집에서 걸게 상을 차려 거실에서 주석을 나누며 시 한수씩을 읊다가 얼큰하게 취해 옆에서 잠이 살짝 들었는데 그 때 이 분이 잠결에 "쳐라 쳐라 마빡을 쳐라"고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들은 곁에 양반들이 그 말이 이상해 깊이 분석해 보니 백정의 소 잡는 시늉이 틀림없어 깨워서 다그치니 이실직고하기를 사실은 양반되는 것이 소원이 되어 그랬다고 했던 이야기입니다.
요즘 세상에 도시 건설로 갑자기 졸부들이 많아져 돈 씀씀이 물 쓰듯 하고 사는 자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몇 억을 줘야 사서 굴린다는 BMW라든지 케다랙, 벤스 등 초호화 승용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천만원 이상짜리 밍크 코트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백만원 이상짜리 어린이 장난감이 잘 팔린다는 세상입니다.
저녁 식사 한 끼에 곰 발바닥 요리에서부터 몇 백만원짜리 요란한 밥상이 보통 호텔식으로 눈 하나 깜짝 않고 예약해야 할 정도고, 주말이나 연휴 때면 한국 관광지 온천이나 리조트 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지만, 한 술 더 뜬 자들은 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국에 나가 외화를 물 쓰듯 알봉 노릇을 합니다. 각 나라 관광객들 중 특히 한국 관광객이 팁 잘 주고, 큰 손으로 통해 특급 대우를 받습니다. 필자가 이민가 살던 곳에는 일주일에 대한항공이 세 번 왕복을 하는데 자리가 만석인 때가 많습니다. 입고 다니는 옷에서부터 집에 가구는 거지반 외제로 꾸며 호화찬란할 정도의 도를 지나버려 으레 그러려니 인식해 버렸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있는 자들의 현 주소입니다. 심하게는 집안의 화장지에서부터 손수건까지 일백만원짜리를 쓰는 그런 얼빠진 인간도 있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허영과 허세가 판치고, 내만 잘살면 그 뿐이라는 이런 졸부들이 만연한 현실에 언제부터인가는 몰라도 귀한 사람의 신분으로 대우받는 세상이 돼 버렸습니다. 최근 어느 중앙지 신문을 보니 소매치기 전과 12범이 서울 강남에 초호화주택을 사서 살고 있었는데 동네에서는 이 자를 돈 많은 기업인으로 알고 있었고, 또 얼마 전에는 마약의 대부가 잡혀 구속됐는데 서울 방배동 부자촌에 어마어마한 호화저택에 그럴듯한 기업체까지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양두구육(羊頭狗肉)같은 인간들이 득세하는 세상, 무슨 짓을 하건 간에 돈으로 저울질 해 가진 게 많으면 귀한 사람 대우받고 취급해 버리는 한심한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그런 자들 속에는 정치를 하겠다는 자들도 있습니다. 하기야 그런 인간들이 내가 그렇게 부정한 돈으로 살아왔습니다.. 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웃기는 세상이지요.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는 세상이라 하지만 사람도 인품이 반드시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선비 같은 귀한 종자의 품신을 지닌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바른 생각, 정의롭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기천만원짜리 옷을 입는 사람 없고, 마누라가 손가락에 몇 억짜리 물방울 다이아반지나 목걸이를 하고 다닐 수도 없습니다. 정직하게 작은 기업이라도 혹은 박봉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그토록 흥청망청 돈을 뿌리고 방탕한 사치를 즐길 수 없습니다. 만일 그런 직장인이 있다면 부정한 방법으로 살아왔다는 증거를 보이는 결과이지요. 허영과 사치와 방탕과 호사생활을 보란 듯이 하고 다니는 자들은 스스로 제 구린데를 만 천하에 광고하고 다니는 꼴이 됩니다. 그러니 세상에 이처럼 어리석고 멍청한 인간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가난하게 살아 갈 망정 바른 생각, 바른 양심으로 정의롭고 검소하게 살아갈 때 자기 후손에 값진 덕(德)을 심어줍니다. 오늘 사는 게 좀 고단하더라도 정의롭고 귀한 사람으로 존경 받으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