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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여행후기

강진 기행

작성일
2023.07.09 22:53
등록자
최영재
조회수
149
강진 기행

우리나라에서 남도라 하면 흔히 전라남도를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서예, 그림, 민속 등 문화 예술을 말할 때 남도라고 하면 전라남도를 뜻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남도 음식이 또한 그러하다.
이번에 남도 여러 곳을 만나고 왔다.
4박 5일 짧은 여정에 강진, 장흥, 해남, 완도를 다녀 왔으니 주마간산 점만 찍고 온 거지만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처음 간 곳은 처음이라서 좋았고, 예전에 다녀 온 곳은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추억이 되살아 나서 좋았다.
특히나 그 때는 모르고 지나친 것을 다시 찾아가니 알게 돼서 더 좋았다.

남도는 멀다.
교통이 사통팔달 편리해졌다 해도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큰 맘 먹고 간다 해도 순천만 국가정원 정도가 아닌가.
이번에 간 곳은 엄청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쓸쓸하기만 할 빈 집, 산 속 기와집, 차 한 대 없을 해변 도로, 정원이라기에는 아주 작은 집 몇 채, 몇 평도 안되는 암자, 그런 곳이 아닌가.
나는 그런 소소함을 찾아 나선다.
남녁 땅 그 곳들은 묘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문화가 깃든 그 곳.
그러기에 남도라 할 것이다.

처음 찾아간 곳은 강진 북서부 지역이다.
거기는 월출산 서부능선 경포대지구 아래, 찾아가야 할 동네들이 있는 곳이다.
월출산 천황봉에서 강진 땅으로 흘러 내리는 계곡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 놓은 것 처럼 보인다'하여 경포대로 불리우는 곳이다.
지금이야 월출산 하면 영암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강진 월출산이라 할 정도로 구정봉과 마애여래석불좌상(국보 제144호)이 있는 경포대지구는 아름다운 경관, 유수한 문화, 향토적 정서가 깃든 곳이다.
그 중심에 백운동 원림이 있고, 설록다원, 무위사, 월남사지가 있다.

서울에서 400Km가 넘는 먼 길이다.
빨리 가도 점심 때가 지난다.
월출산은 바라보기만 한다 해도 이 곳을 다 탐방하려면 적게 잡아도 한나절이다.
지금은 해가 길어 다행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국립공원 월출산 경포대탐방지원센터를 빠져 나오면 낯 선 풍경이 펼쳐진다. 엄청난 차밭이다.
설록다원강진은 10만평 전체가 차밭이다.
산 아래 드넓은 평지가 다 온통 차밭이니 보이는 게 다 차 잎이다.
월출산 솟은 바위와 어우러진다.
가지런한 초록이 물든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호남의 3대 정원은 보길도 부용동 원림 세연정, 담양 소쇄원, 강진 백운동 원림을 말한다.
백운동 원림이 각별한 것은 우리 전통 원림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과 백운첩이 있어 문화적 가치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백운첩(白雲帖)은 다산 정약용이 1812년 초의선사를 비롯한 제자들과 함꼐 월출산을 다녀와 백운동에 들러 하룻밤을 유숙한 후 백운동의 풍경을 잊지 못한 다산이 초의선사에게 백운도를 그리게 하고 서시와 발문, 백운도 12경 중 8수를 직접 짓고, 백운동과 다산초당 중 어느 것이 아름다운지 겨뤄 보고픈 마음으로 다산초당도를 마지막으로 드려 넣은 시서첩을 말한다.
당시 백운동 주인인 이덕휘에게 선물했다 한다.

원림(園林)은 집터에 딸린 숲이니, 단지 별서(별장으로 사용되는 정원) 뿐만 아니라 정원를 아우르는 숲, 계곡, 바위 등 자연 전체를 의미하기에 울타리가 없는 큰 자연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백운동'이라는 지명은 흔하지만, 강진 백운동은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곳'이라 하여 원림을 처음 조영(집을 지음)한 이담로가 붙인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집이 있는 정원(별서)이라는 곳을 보면 이것이 무슨 정원일까 라고 실망할 수 있는데, 그 위 정자(정선대)에 올라 월출산 봉우리를 바라보면 "과연 멋진 곳이다. 정원이 맞다."고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지난 번 갔을 때는 그런 정자가 있는 줄도 몰랐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 하나, 그 곳에 가면 시간이 부족할지라도 왕대나무숲을 거닐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사색이 있고, 명상이 있다.
거기에 여행의 의미가 있다.
대숲 마저 원림이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국보 13호이다.
최고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구례 화엄사 각황전은 67호,
창건연대가 확실한 것 중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예산 수덕사 대웅전은 49호,
가장 오래된 건축으로 추정되며 건축미가 뛰어나다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18호,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된 안동 봉정사에 있는 극락전은 건축 구조미가 빼어날 뿐 아니라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으로 (무량수전과 함께) 추정되고 있는데 국보 15호이다.
국보에 서열은 없다지만 그것은 지금 이야기이지, 일제 때나 1962년 국보 순서를 다시 정할 때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남자 셋이 모이면 한 시간 안에 서열이 정해진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그럴진데 겨우 정면 3칸, 측면 3칸 짜리 존재감 없는 시골에 있는 절집을 (숭례문을 제외하면) 건축물로는 최고 앞 순위 국보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 효령대군이 지었다 하니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극락보전에 있는 삼존불상도 문외한인 나의 눈에는 그저 평범하기만 한데 보물로 지정되었으니 범상치 않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아무튼 무위사는 가 볼 일이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선생은 없어진 절터를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익산의 미륵사지가 그러하지 않은가.
강진에 그런 곳이 있다.
월남사지가 그렇다.

강진 땅은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W자 모양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쳐 있는 곳이다.
오른쪽 마량과 왼쪽 신전은 같은 선상으로 직선거리는 불과 몇 킬로이지만 바다로 가로 막혀 실제로는 강진읍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한다.
그 해안선으로 나 있는 길이 강진만해안도로이다.

오늘의 일정은 백련사, 다산초당, 다산박물관, 석문공원, 가우도출렁다리를 거처 숙소인 주작산휴양림으로 가는 일정이다.

간밤에 비가 왔다.
오늘도 간간히 비가 내린다.
흐린 날 해변 드라이브는 낭만적이다.
여유로움도 같이 하니 유유자적이다.
속세야 떠날 일도 없지만 편안함이 아득하다.

백련사는 처음이다.
그 동안에 많은 절을 다녀 왔었다.
절은 비슷비슷해서 다 기억할 수 없지만, 특히나 좋았던 절은 있었다.
오늘 만난 백련사가 그렇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 같은 곳이 백련사에 있다.
만경루다.
만 가지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누각이다.
그 곳을 개방하고 있으니 그 후덕한 인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백련사는 천연기념물 동백숲으로도 유명한 절이다.
주차장에서 동백숲을 지나면 바로 절집이니 무리할 일도 없다.
강진에 가거들랑 꼭 가봐야할 명승이자 명사찰이다.
백련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은 20여분 거리 숲길이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길이다.
다산초당에서는 다산박물관 쪽으로 내려가는게 순서인데 차는 백련사 주차장에 있고, 다산박물관은 그 반대편이니 다소 난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산초당을 본 다음에 다시 백련사로 가고, 내자는 다산박물관으로 가는 방법을 택했다.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 강진 유배 18년 중 10여년을 산 곳이다.
널리 알려진 것 처럼 다산초당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심서 등 주옥같은 책 500여권을 서술한 산실이자 18명의 제자를 가르친 학문의 전당이었다.
다산에게 강진 땅은 쓸쓸한 유배지가 아니라 찬란하게 빛나는 정약용의 제 2의 고향이었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다산 정약용
그를 좀 더 알고 싶거든 다산박물관에 가야 한다.
그곳에서 다산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규모면으로나 자료의 충일성으로나 짜임새에 있어서도 나무람이 없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석문공원은 한창 공사중이었다.
공원에 간 이유는 거기에 석문산으로 진입하는 하늘 다리가 있는데 그곳을 걷기 위해서 였다.
석문산, 덕룡산, 주작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는 암봉과 암릉의 연속이니 가히 절경에 다름 아니고, 그 시작점이 석문공원 구름다리인 셈이다.
산을 타는 사람은 안다.
강진에 이런 멋진 산이 있다는 것을.

면 단위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변변한 식당이 없다.
도심에서는 보이는게 편의점이지만 우리나라 면 단위에서 편의점이 있는 면은 그리 많지 않다.
식당은 있다 해도 주중 영업은 하지 않는 곳이 많다.
가우도출렁다리는 관광지라서 식당이 있을 것 같아 거기로 갔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중국집 한 집이 문을 열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주문하고 늦은 점심으로 먹은 면 음식은 맛 있었다.
울금을 넣어 만든 면이라서 색깔도 노랗다.

가우도는 강진만 중간지점에 있는 섬인데 강진군에서는 양쪽에서 출렁다리를 놓고 섬을 일주하는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스컴을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왔던 곳이다.
흐린 날이었지만 관광버스 한 대가 나이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버스 다음 일정은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쓸데없는 호기심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 다시 흥하려면 예능을 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가우도출렁다리는 나만 걸었다.
몇 년 전에 친구와 같이 걸었던 곳이다.
친구 생각이 나 전화 걸까 하다가 멈췄다.
이 나이가 되었음에도 정을 표시하는 것이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일부러 강진만해안도로를 따라 더 가다가 목적지인 주작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2박이다.
천관산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 휴양림이고, 이 휴양림은 강진군에서 운영하는 군립 휴양림이다.
여기저기 공사하는 걸로 봐서 군은 휴양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방은 크고 널찍하다.
휴양림의 큰 단점은 입식 테이블이나 의자, 침대가 없다는 점인데 이 곳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것이 편안할 수는 없는 노릇
오래 다니다 보니 이미 적응되었다.

마지막 날이다.
휴양림 안내소에서 추천한 코스로 덕룡, 주작산 산행을 하는 것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어쩌면 하이라이트일 것이다.
산행시간은 넉넉하게 4시간을 잡았다.
산행 중 간식하고, 하산하여 강진읍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집으로 갈 계획이다.

바위산이다.
단단한 하얀 돌이 뾰족하게 솟아 올라 띠를 만든다.
남도 월출산이 그렇고, 장흥 천관산이 그렇고, 강진 덕룡 주작이 그렇고, 해남 달마산이 그렇다.
남도 산의 특징이다.

같은 전라도이지만, 남도 산과 북도 산은 확연하게 다르다.
이 점은 인문학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자연은 인간의 기질이나 품성,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난이도 중급이다.
안전 위주로 무리하지 않고 산행하기로 했다.
앞 뒤 아무도 없는 적막강산이다.
산행에 지장이 없도록 잡 풀 제초작업을 다 해 놓았다.

덕룡산 일부 구간을 지나니 드디어 덕룡산 쪽 주작산 정상이다.
가슴이 뻥 뚫린다.
앞은 기암 바위들이 병풍처럼 솟아 있고, 먼 곳에 바다 그리고 섬이다.
가히 환상적인 풍광이다.
수도권에서 산악회 차가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여기까지 오는 이유가 다 있겠다 싶었다.

하산하고 휴양림에 도착하니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휴양림에 주차해둔 차를 몰아 임도길로 주작산전망대를 가기로 하였다.
마침 제초작업하는 사람들을 만나 승용차도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충분하다고 한다.
경치가 좋다고도 한다.

휴양림 끝단에서 시작하는 임도길을 천천히 15분정도 가니 제법 넓은 공터가 있는 주작산 전망대가 나타났다.
해맞이 제단이 있는 것으로 봐서 새해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으로 보인다.
전망대 풍경 또한 일품이다.
산행 정상에서 맛 본 풍경에 추억 하나를 더 얹는다.

주작산휴양림에 오게 되면 굳이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주작산전망대는 찾아 갈 일이다.
전망대에서 주작산 주봉 정상은 왕복 30분 정도 완만한 산길이다.
다만, 그곳은 아무런 전망이 없는 그저 표지석 하나 있는 명목상의 정상일 뿐이었다.
그래도 주작산 정상 두 곳을 다녀왔다는 마음의 위안이 남는다.

4박5일 길지 않은 기간 부지런히 다녔다.
이제 불과 며칠 지났음에도 순서대로 적으라 하면 가물가물하다.
시간은 주마등 처럼 흐른다.

여행은 위로다.
그러기에 중독성이 있다.
다음 여행은 쉬는 여행지로 골랐다.
내자가 항상 얘기한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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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