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양원에 써져있는 글, 작성자: 이형문

작성일
2016.11.30 09:28
등록자
총무과
조회수
687
어느 요양원에 써져있는 글

세상인심이 많이 바뀌어 부모효친사상(父母孝親思想)이 사라져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며 함께 동고동락(share one`s lot)하며 살려는 생각이 사라진지 오래된 세상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출세시키기 위해 몸이 다망가지도록 일편단심(single-heartedness)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지만, 다 큰 자식들은 한 부모를 모시지 못하고 자기들 인생만을 즐기기 위해 부모를 멀리하고 양로원으로나 요양원으로 보내두고 어쩌다 한번 씩 가뭄에 콩 나듯 얼굴만 들여다보는 오늘 날의 현실이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필자의 친구가 경기도남양주요양원에 입원 중에 있어 거길 갔던 길에 어느 할머니가 자식들이 보고프고 그리워지다 못해 호소 같은 글을 양로원입구 게시판에 써둔 편지 내용의 글을 우연히 눈여겨 읽어보다가 생각이나 여기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열심히 살 땐 세월이 총알 같다하고 화살 같다하건만 할 일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 다 한탄하더이다. 정신 맑으면 뭐하고, 자식 많으면 뭐하나요. 보고품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자식이 왔다 가는지? 오는지? 애지중지하던 자식들을 보고도 멍하니 몰라보는 저 할머니 신세가 더 부럽네요. 그렇게 그리움도 사랑도 기억에서 다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지난만하게도 하루 세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인 저 할머니.....
자식 십여 남매 두면 뭐하리오. 이 한 몸 거처할 곳도 없더이다. 아들 딸 유명인사 뭐하리오.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뒷바라지 했던들 무엇 하리오. 작디작은 이 한 몸도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메인 것을요.........인생 종착지인 이곳오기까지 멀고도 험한 길로 흘러왔는데 주위에 벗은 많으나 속마음 나눌 곳 없어 더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도 못하는 사람 속에서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해있음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를 일이네요.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뭐하나요. 괴로움만 더 심해지는걸요.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 가 분 할 뿐이겠지요.
이 몸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