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자국의 소중함

작성일
2016.11.11 08:37
등록자
이도룡
조회수
470
도서관에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가을 햇볕이 너무도 좋아 연못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잠자리 한 쌍이 붙은 채로 꼬리를 잔뜩 내리고선 연못을 치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알을 낳는 중일 것이다. 연못에 사는 붕어들의 먹이가 될 위험을 감수하고 알을 낳는 건 물론 종족번식에 충실한 때문일 테고.
저 잠자리가 보여주듯, 생의 목적은 개체에서 개체로의 이어짐에 있다. 나와 나의 후손과의 이어짐. 신경을 연결하는 시냅스와 시냅스의 결합. 연결과 끊어짐을 반복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인연이 닿아 사람을 만났다가 서로 이어지며 언젠가는 헤어짐을 반복한다. 또 소소하게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말로 자식과 끊어졌다가 학교 다녀왔습니다, 로 다시 이어진다.
생의 목적이 개체와의 이어짐에 있고 그 모습이 이어짐과 끊김의 반복적 양태로 드러난다면, 삶의 모습은 변화와 적응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수많은 변화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환경에 적응해 가는 적응의 연속이다. 변화란 다른 게 아니다. 한 발자국 떼는 움직임 자체가 변화요, 밥을 먹는 것도 변화이다. 똑같은 하루의 일상을 살며 잠이 들어도 변화된 삶을 사는 것이다. 다만 환경과 생활에 적응한 나머지 그 자그마한 변화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고향은 정겨움과 낯설음이 공존해 있다. 그리고 강진에서의 삶은, 나에게 새로운 변화의 연속이다. 나는 이 변화가 즐겁다. 그리고 마땅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굳이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변화는 끊임없이 내게 찾아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변화하고 있지 않은가. 나의 뇌가, 나의 생각이, 나의 시간이.
우리는 매순간 변화하고 있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다만 방향이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