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세이) 매실 수확의 기쁨과 감사

작성일
2015.06.16 13:43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708
뜰 안에 세 그루 매실나무가 삼월에 꽃을 피우더니, 열매를 맺었다. 사년 전에 묘목시장에서 구입하여, 옮겨 심은 후 동거동락(同居同樂)한 정이 깊어졌다. 어린 나무가 거친 비바람과 뜨거운 더위와 매서운 추위를
잘 이기고, 열매를 맺어서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삼월에 하얀 꽃을 피웠을 때, 온 집안이 매화꽃 향기로 가득 찼으며, 가족들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 했다. 달이 뜨는 밤이면, 창문 너머로 달빛아래 환하게 핀 매화꽃을 바라보다, 잠자는 시간을 놓쳐 잠을 설친적이 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매화꽃이 흔들리면, 강아지 백구가 멍멍멍 짖어대어, 마당에 나가 진정시키며, 쓰다듬어주던 봄 날밤의 애틋한 추억이 있다.

꽃이 피어, 벌과 나비가 찾아와 축하해 주고, 함께 즐거워 했는데, 어느 날 꽃이 땅위에 내려 앉아, 화사한 꽃은 흰 눈처럼 녹아 없어졌다. 꽃이 떨어지고 서운하고, 허무한 생각을 했는데, 초록의 작은 물방울 같은 것이 맺이기 시작했다.

막내딸이 무척 신기해 하면서, 열매가 맺혀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위로를 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화려한 꽃이 피고나면, 바람결에 꽃이 떨어지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하게 되는 것처럼,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초록의 매실이 탐스럽게 살이 차고, 가치가 축 늘어질 정도로 되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열매 맺는 과일을 수확하는 기쁨도 제법 쏠쏠하다.

온가족이 쉬는 토요일에, 나무 밑에 포장을 깔고, 대나무 장대로 열매를 툭툭치니, 우수수 떨어져서 수북이
쌓였다. 매실을 바구니에 담아, 큰 통에 넣고, 물을 붓어 깨끗이 씻었다. 다시금 바구니에 나눠 담아 물기를 빼고, 토방마루에 놓여진 도마에서 칼로 잘른 후 씨앗을 빼내었다.

담근통에 황설탕과 잘 버무린 매실을 넣고 공기가 안들어 가도록 뚜껑을 굳게 닫았다. 매실 짱아찌와 매실차를 담아서 발효와 숙성을 마치면, 몸에 좋은 웰빙 식품이 되어, 가족들의 건강을 도와주게 된다.

매실씨앗을 잘 씻어 소쿠리에 담아 처마 밑에 달아 놓았다. 선선한 공기가 잘 통하게 해야 잘 건조가 되기 때문이다. 잘 말린 씨앗을 베개 망(網)에 담아,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숙면(熟眠)을 취할 수 있다.

매실열매를 아낌없이 다 내주고, 나무들은 주인이 다가가도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살살 달래면서 열매를 따야 하는데, 억지로 다 열매를 가져가서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무를 어루만지면서 위로를 하니, 조금은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매실나무가 열매를 맺어, 주인에게 칭찬을 받은 것처럼, 사람도 열매를 맺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매 맺지 못하고 이파리만 무성하면,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삶이 되어, 아무런 보람도, 감사도 없게 된다.

작은 수확에도 감사하고, 심는 데로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과 동업을 잘 해야 올해 농사도 풍년을 이룰 수
있는데, 좀 더 겸손 하게 마음을 비우고 기도를 해야겠다. 논과 밭의 농사도 풍년 되고, 육신과 영혼의 농사도 풍년이 되어, 가을에 감사의 열매를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