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대의 길, 영랑생가에서 찾다

작성일
2015.01.28 10:12
등록자
윤영훈
조회수
784

흔들리는 시대의 길, 영랑생가에서 찾다

                               
                                 윤 영 훈(시인, 아동문학가, 강진칠량중학교장) 

 
 한반도 남쪽에 있는 따뜻한 강진은 김영랑 시인이 있어서 좋습니다.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고 할 만큼 김영랑 시인은 한국시 문학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갔습니다.
 
 필자는 팍팍한 삶으로 인해 우울하고 슬픔에 빠질 때마다 자주 김영랑 생가를 방문하곤 합니다.
 
 먼저 영랑생가를 들어서면, 정겹게 맞이하는 외할머니의 가슴같은 아담한 집과 넉넉한 마당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봄이면, 앞마당에 탐스럽게 핀 모란이 오가는 이로 하여금 금방 축 쳐진 어깨와 깊은 주름살을 펴게 합니다.

 ‘(전략) 모란이 피기까지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가 저절로 흥얼거려집니다.

 뒷뜰에는 사시사철 반들거리는 윤기를 머금은 진초록의 잎사귀와 짙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불의 앞에 굽히지 않았던 영랑의 혼을 연상하게 합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이 도도네.(후략) -김영랑, 끝없는 강물’의 시가 탄생한 배경이기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에 생기가 가득한 기운을 불어넣어 줄 진정한 힐링의 공간이 영랑생가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영랑의 육체는 떠났지만, 아름다운 영랑의 시정신은 시공간을 초월해 지금도 우리의 가슴가슴마다 시퍼렇게 살아 흐르고 있습니다.
 
 시(詩)는 한 집단 속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힘이 있으므로, 인문학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사회일수록 시인들의 가치는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 누구보다도 시대의 아픔을 고민하며, 시대 현실을 작품 속에서 진지하게 반영하여 혼탁한 세상을 밝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총성 없는 경쟁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으므로 휴머니즘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경제적인 궁핍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하여 소중한 생명을 높은 다리나 옥상에서 휴지처럼 던져버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요사이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한 시, 풀리지 않는 정국을 풍자한 그림,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슬픈 노래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예술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하니, 지금은 무척 힘든 시기인 듯 싶습니다.
 
 국민의사인 이시형 박사는 ‘건강한 시를 읽으면,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심리상담가인 박안근 씨는 ‘우울증을 치료해 준 것은 울림이 있는 시였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피부에 스치는 바람은 차갑지만, 찬란한 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북풍이 몰아치는 거친 들판에도 아름다운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듯이, 우리들의 힘든 삶에도 참고 기다리면 환희의 꽃이 활짝 피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