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책 읽어 주기

작성일
2009.09.05 02:56
등록자
이동선
조회수
1381
학교에서 책 읽어 주기

(정명숙/동화읽는어른&8228;수원 해님달님 회원)

수원동화읽는어른 모임인 ‘해님달님’ 에 들어가 어린이 책을 공부하면서 참 행복했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좋았고, 회원들끼리 정을 나누는 재미가 좋았고, 책이 아이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수 있게 돼서 좋았다.
이 뜨거운 열정으로 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어 주다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책을 읽어 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서 하기보다 같은 지역에 사는 회원 6명이 뜻을 모아 자녀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들어가서 책을 읽어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순수하게 아이들한테 좋은 책을 보여 주고픈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학교에 들어가서 하려니 신경 쓰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 맨 처음 교장 선생님을 찾아 뵈었을 때 흔쾌히 승낙하고 격려해 주셔서 기운이 났다. 학급 수는 많고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회원은 제한되어 있는 터라 ‘책 읽어 주기’는 원하는 반을 신청 받았다. 신청한 반이 많아 제비뽑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신청한 반에 한해서 ‘책 읽어 주기’를 시작했다.
교실에서 책을 읽어 줄 때 좋은 점은 아이들이 같은 나이라 책을 선정하기가 쉬웠고 소란스럽지 않고 집중하기가 쉬웠다. 책을 고를 때 내용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안게 고루 읽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림책, 동화, 옛이야기, 동시 가운에서 한편씩을 골라서 읽어 주었다. 시간은 1주일에 두 번 읽어 주고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읽어 준다. 나는 4학년을 맡았는데 처음 시작할 때가 5월이어서 그림책 을 소개했다. 그림책을 읽자고 했더니 처음엔 아이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우리가 어떻게 그림책을 봐요? 우리가 유치원생이에요?” 아이들은 그림책은 유치원 아이들이나 읽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 반응을 살피며 중간쯤 읽어 주었을 때 아이들이 열중해서 눈을 빛내며 내게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의 희열이란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갔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 조용한 숨소리를 기억하며 ‘다음 주에도 꼭 읽어 주어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아이들은 내가 가져간 책이 전에 읽은 책이어도 “ 내가 읽는 것보다 아줌마가 읽어 주는 게 더 재미있어요?‘ 한다. 또 다 읽어 주고 나면 ” 다음 주에도 꼭 읽어 줄 거죠? 다음에는 무슨 책 읽어 줄 거예요?’ 하고 궁금해한다.
그림책은 각 학급에 비치되어 있는 실물 화상기에 놓고 보여 주었는데, 책으로만 보던 것을 큰 화면에 올려 놓고 같이 보는 느낌이 남다른 것 같았다. 아이들이 집중을 더 잘 했다. 동화책은 읽어 주는 시간이 짧아서 긴 동화보다는 재미마주 출판사 ‘학급 문고’ 시리즈를 읽어 주었다. 옛이야기는 책을 보고 읽어 주지 않고 이야기로 들려 주었더니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동시를 많이 읽지 않으므로 동시도 가끔 읽어 주었다. 그냥 읽어 주기보다는 운율을 살려 읽고 아이들더러 따라하게 했는데. 지루해하지 않고 좋아했다.
2학기 때는 저학년을 중심으로 1학기 때 읽어 주지 않은 반에게 읽어 주기로 했다. 신청한 반이 너무 많아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음이 안타깝다. 둘레에 있는 많은 회원들이 동참해 주면 더 좋겠고 학급별로 선생님들이 책 읽어 주는 시간이 있으면 어떨가 하는 생각도 한다. 출처 : 동화읽는어른2001,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