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베고 잠들었던 나의 독서생활

작성일
2009.09.05 02:54
등록자
이동선
조회수
1296
책을 베고 잠들었던 나의 독서 생활

이 기 현(진주여고 3학년/책을 베고 잠들다)


독서토론, 가장 효과적인 독서법

책이 출판되고 나서 많은 분들께서 제 책 제목의 뜻을 많이 물어보셨습니다. 정말 책을 베고 잠만 잔 거 아니냐는 농담도 숱하게 들어보았구요. 개인적으로는 &039;책을 베고 잠들다&039; 그 이상의 제목을 찾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039;책을 베고 잠들다&039; 는 저의 독서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의 제목대로 항상 책을 베고 잠들 만큼 책과 함께 생활해 왔습니다. 이렇게 책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독서에 대한 관심은 어머니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올해로 10년 째 &039;책사랑 글사랑&039; 이라는 독서 모임을 해오셨습니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어머니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서로 재미있었던 책을 추천해 주곤 했었습니다. 책을 살 때도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구요. 저는 이런 어머니를 통하여 책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은 독서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 해야 하는 어머니의 독서는 분명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어머니를 통해서 시작하게 된 독서 생활은 중 ·고교 시절에 독서회 활동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신 황주호 선생님의 덕택으로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독서회 활동을 해 왔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하 지만 이런 것은 지금 깨달은 것이고, 처음에는 친구들도 낯설었고 이런 낯선 사람 들 앞에서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독서회에 가기 싫어하던 때도 있었구요. 그리고 독서회 활동에 애착을 갖게 된 것도 독서 토론 보 다는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친해지면서부터였습니다. 사람들이 좋아서 독서회에 정 을 붙인 이후에야 저는 독서 토론회에도 정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독서토 론을 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독서회 활동을 하면서 독서 토론은 독서 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저자와 독자인 자신만의 교류로만 그치기도 쉽지만 독서 토론을 한다면 책을 자기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눈으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서회에서는 같은 학년끼리만 토론했던 것이 아니라 고등부, 중등부로 나눠서 토론했었고 여행 때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때는 국사 선생님도 함께 하시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접했었던 문화재들을 실제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과의 교감, 독서에 자극돼

그리고 제 독서 생활에 큰 도움을 준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서점이었습니다.
아직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 서점에서 휴일을 보내곤 한답니다. 중학교 때는 학교 근처에 시립 도서관이 있어서 연합고사를 마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곤 했었습 니다. 책이 있는 곳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혜택임에 틀림없습니다. 독서는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가족, 친구와의 정서적인 거리를 가까이 만들고 교감의 통로를 만들 수 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교감들은 다음 독서에서도 큰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구요. 제가 책을 좋 아하게된 것은 이런 교감을 꾸준히 가져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주위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거나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갖는다는 것은 도서 선정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해마다 학교에서는 &039;추천도서 목록&039;을 나누어 주곤 합니다. 하지만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인쇄되어 배부되는 이런 목록들은 전혀 책에 대한 흥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그보다는 직접 그 책을 서점에서 만나보거나 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책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책에 관심을 갖고 지속시키는 데는 주위 사람들의 역할이 무척 큼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을 가장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주위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는 것이라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주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책을 베고 잠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출처:간행물윤리 2002,7월호)

이 기 현 (2001년 독서대상 문화관광부 장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