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도 못 살 중생이 천년의 근심으로 산다

작성일
2023.09.14 11:26
등록자
김태중
조회수
113
첨부파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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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잡지에서 노년 여성과 남성에게 삶의 필요한 것들이란? 설문조사가 있었습니다. 노년여성은 첫째는 딸, 둘째는 돈, 셋째는 건강, 넷째는 친구로 나왔습니다. 노년남성은 첫째는 마누라, 둘째는 아내, 셋째는 와이프, 넷째는 집사람이랍니다. 퇴직 후 남성의 하루일과는 아침 10시면 끝나지만, 여성은 쉴 틈 없이 바쁩니다.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어야 하고, 아들집으로 딸집으로, 건강을 위해서 쉼 없는 걸음에, 백화점 쇼핑은 일과의 방점이 됩니다. 노년으로 갈수록 여성은 남편에게서 독립해 인생 후반기를 근사하게 살고자 하지만, 남성은 정반대로 ‘아내 의존증’이 심해집니다.
혹 아내가 하루라도 집을 비우면 집 꼴이 엉망이 됩니다. 가스레인지 위에 큰 냄비가 푹 끓인 ‘곰탕’으로 채워져 있다면, 노년 남성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게 됩니다. ‘곰탕’은 남성에게 여성의 부재와, 그 기간에 홀로 생존해야 함을 의미하는 기표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엄마와 딸의 유대는 깊어지면서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됩니다.
이에 반해 아버지와 아들은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연민 정도일 것입니다.
가까운 친구의 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상심이 매우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랍니다.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여서!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아버지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했답니다.
중년이라 함은 40의 안팎이라고 합니다. 중년을 넘어서면 장년이 되는 것인데, 장년의 의미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검색되어 집니다. 나도 이제 중년을 갓? 넘겨 버렸습니다. 그러나 장년이라 불리어지는 것이 매우 불편한 맘입니다.
때문일까요? 장거리 운전이 매우 피곤합니다.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합니다. 장거리 출장에 생각 없이 차를 몰고 나가, 피곤해서 휴게소에 잠깐 머물렀을 때 귀에 속속히 들어오는 뽕짝의 가사가 정말 아름답게 들렸더랍니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아 그대가 살면 얼마나 사나♪ 돈도 명예도 잠깐 이란다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라♪....
50이 넘으면 잘생긴 사람이나 못생긴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60이 넘으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70이 넘으면 서방 있는 사람이나 서방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80이 넘으면 돈 있는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90이 넘으면 산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하도 잼 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호감이 생겨서 귀하디귀한 CD를 구입했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볼수록 나에게는 참으로 맞는 말이었습니다.
불쑥 나도 모르게 나에게 주어진 삶, 내가 왜 남자로 태어났는지 모르는 삶,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삶, 이 부질없는 삶을 왜 그리 악착같이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학생시절에는 비교의 대상으로, 산업전선에서는 경쟁의 대상으로, 사회에서는 정쟁의 대상으로 나를 그토록 혹독하게 내몰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담배와 술로, 내 몸뚱이를 혹사 시키고 있는 내 자신을 나도 모르겠습니다.
해서, 이제는 알아가야겠습니다.
깨닫는 것은 후차로 미루더라도, 내 자신을 알아가야겠습니다.
내가 어디 만큼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에 내 길이, 내 삶이 있는지 알아가야겠습니다.
알아가는 세월이 얼마만큼 걸릴 것인지 모르겠지만, 장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육신이 장년의 청춘일 때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정신이 일정 정도 화창함이었을 때쯤이면 좋겠습니다.
이 소소한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활동가, 밥상차리는농사꾼 김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