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머슴

작성일
2021.03.01 11:43
등록자
최한우
조회수
156
조상들의 세시풍습 중에 머슴의 날이 있었다. 머슴은 집안의 보배였기 때문에 주인이 존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머슴의 마음을 움직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음력 2월 초하루. 아마도 양력으로는
3월 상순경이 되었을 것 같다.

이때면 일년 연봉인 새경이 결정되고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 하기전 머슴의 수고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하루를 즐기도록 하여 주었다. 그러나 속내는 즐겁지가 않았다. 새경을 미리
선불하여 써버린 사람도 있고, 한해가 지나가도 새경이 오르지 않았거나 어떤 이는 한해의 고된 농사일이
걱정이 되기도 하여 지게목발 두둘기며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머슴의 부지런함이 집안을 돋보이게 한다. 머슴은 가족 중 제일먼저 일어난다. 눈 비빔과 동시 빗자루를
찾고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한다. 다음은 소죽을 끓인다 소의 아침을 먼저 먹이고 자기도 아침을 먹고
어제 저녁에 바깥어른에게 지시 받은 일을 하러 나감에 앞서 안주인에게 일의 행선지와 일감을 일러 드린다.
“오늘은 짐당골 두불 논 베러 갑니다.”안주인이 새참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일 꺼리를 알리는 것은 새참의
종류가 결정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 논메기는 모내기 한지 한달 가량 지난 다음 호미로 호망질을 한다. 작업하기 하루 이틀전 물을 완전 떼고
뿌리 가까이 까지 호미로 헤집어 주므로 잡풀을 제게 하고 산소공급과 헛가지 치는 것을 막기 위한 작업인데
호미질 한나절 하고나면 손목이 아려온다. 벼가 자라기 때문에 앉지 못하고 상처를 꾸부려 작업을 해야 하므로
국물이 없는 새참을 보낸다고 한다.

두불 논메기는 다시 20일 지난 다음 이때는 피와 벼가 구분이 쉬우므로 맨손으로 피와 잡초를 제거하면 되고,
세불 논은 작은 머슴도 참여 시킨다. 모내기 한지 두 달이 지나 벼가 무성히 자라 통풍과 일조가 잘되도록 도와
주는 작업이다. 5골을 단위로 하여 이랑을 짖듯 벼포기를 양쪽으로 제쳐 공간을 확보해주어 통풍과 햇빛이 많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으로 습할 때 발생하는 병들을 방제하는 효과와 곧 이삭이 나와 결실을 맺는대 도움을 주는
작업으로 대체로 쉬우며 시간이 적게 걸린다.

밭농사 논농사를 시기적절하게 농 작업이 이루어지며 비가 오는 날은 아주 바쁜 농번기는 우장을 쓰고라도
작업을 하였지만 그렇지 않으면 쉬는 날이다. 부지런한 머슴은 이시간도 쉬지 않고 농 작업에 필요한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를 짜기도 하였다한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11월이 되고 이엉을 역어 가축들의 보온시설을 정비하고 나면 한해의 일들이 끝이 난다.
부지런한 큰 머슴이 있는 집안은 농사도 늘 풍년이고 집 안팎은 항상 깨끗하고 기르는 가축들은 살 이져 통통
하는 등 모든 것이 풍성하고 살림이 융성 하였다.

지금은 가장인 우리가 큰 머슴이다. 배우자와 아이들과 부모님의 큰 머슴이 되면 그 가정은 화목과 복이
융성할 것이며, 몸담은 직장의 큰 머슴이 되면 성장과 승진의 덕이 주어질 것이며, 섬기는 단체의 큰 머슴이
된다면 떠난 후 명예로운 이름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이 봄에는 우리 모두 큰 머슴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