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작성일
2020.07.30 09:01
등록자
최한우
조회수
243
미스터 트롯이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가정에 머물 때 안방으로 전파되었고 그중에 이 고장 출신
원곡자 강진의 노래 ‘막거리 한잔’을 미스터 트롯 선 을한 영탁이가 신명나게 불러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 국민의 애창곡이 되었고 막걸 리가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데 강진 막걸 리가
전국적 으로 많이 팔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막걸리의 추억을 되살리려 소년기로 돌아 가본다.

갑작스레 덩치 크고 험상궂은 젊은이들이 떼 지어 다니며 온 동네 구석구석을 거칠게 뒤진다.
어른들이 굽실거리며 이들이 시키는 되로 하는 것을 보니 무서운 사람들인가 보다. 여섯 살 소년은
할머니 치마폭에 숨어 지켜보았다. 세무서와 지역양조장이 합세하여 주정단속을 한 것 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 원료인 누룩은 퇴비 속에 술 단지는 짚 볏가리 속에 숨겨 농주를 빚어 고된
농사일에 참으로 배 채우며 맛있게 잡수시고 즐거워하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젊은 시절 논두렁 주사(농촌지도사)를 한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젊은 4-H회원부터 연세 높은 할아버지 농업인 까지 나이 장소불문하고 만나 농사정보를 전하고
마음과 정으로 대화하다 보면 막걸 리가 나온다. 농주를 만드는 정성을 아는 나는 거절할 수 없었고
주거니 받거니 나누다 보면 소통이 빠르고 신뢰와 믿음이 생겨 좋았다.

누룩과 찐밥을 썩어 적당한 온도에서 일주일을 발효시켜 숙성이 되면 막 건져내어 채에 걸렀다 하여
“막걸리”라 불리어 졌다고 한다. 예상 소비량과 기호에 따라 물로 희석농도를 달리 한다. 안주인은
맛있는 농주를 만들기에 정성을 다하고 양조장 보다 높은 도수로 걸러 낸다. 새 참 때가 되면 농사
이웃과 길가는 사람들까지 불러 대접한다. 막걸리 나눔 속에 시간의 흐름이 빨라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에 이웃마을로 이동하면 점심 먹었냐는 물음에 먼저번 동네에서 먹었다고 하고 이들이
권하는 반주를 받다보면 점심을 거르는 때가 일 쑤였다.

농번기 바쁠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일손 돕기는 숫자가 일거리를 줄이므로
군청직원들의 년 중 행사로 2회 정도 실시했다. 새참으로 필요한 것이 막걸리 였고 참여자가 많다보니
안주는 마른명태 무침이나 오징어무침이 최고였다. 일반 막걸리는 도수 6도 정도인데 양조장에
부탁하여 10도의 모르미를 특별주문 대접 하였다. 술맛을 아는 직원들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선착순
으로 참여했었다. 뒷정리 하며 남은 것 처리 하느라 흠뻑 취하기도 하였다.

부업으로 한우 번식우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질 좋은 조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파이오니어 988(사료용
옥수수)재배하여 초여름부터 늦가을 까지 몇 차례 베어 먹이었는데 퇴근 후 한경운기 가득베어 소죽 주기
까지 땀 뻘뻘 흘리며 일하고 냉장고의 막걸리 한 병 단숨에 넘기면 더위와 피로가 함께 달아나는 청량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