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서

작성일
2017.02.21 10:59
등록자
이도룡
조회수
469
차창을 통해 언뜻언뜻 강줄기가 내비친다. 그때마다 숭어마냥 펄떡대기를 수차례, 마침내 바다에 도착한 순간 가슴이 견딜 수 없이 벅차오른다. 그리고는 한 순간 툭, 터져나가는 것이 썰물처럼 상쾌해진다. 내 마음에 커다란 일렁임이 몰아친 순간이다. 내게 바다는 그렇다. 경계에서 한 발자국을 내딛듯 의지와는 상관없이 깊숙해지고 정신없이 떠다닌다. 그래서 난 바다를 좋아한다. 무언가 열려 있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고...그러한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탁 트인 바다를 보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이 마량항을 찾은 이유다.
馬가 良했다는 곳. 제주마들이 육지에 내린 곳이자, 고려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는 시작점이었다는 곳. 마량항은 내가 지금껏 보아온 항구와는 조금 다르다. 거침없는 크기의 풍경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이 내가 기억하는 항구의 모습이라면 이곳 마량항은 아담한 산 아래 완만한 항구가 있고 그곳의 바다는 부드럽다. 그래서 마음을 쓰다듬듯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가히 미항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항구다.
연이어 늘어선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생선이 건조대 속에서 해풍에 말라가고 있고 방파제 한 곳에는 두 명의 낚시꾼이 갑오징어를 낚고 있었다. 항구는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었다 가는 여행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의 터전일 터. 줄지어 매인 고깃배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 흔적에 고단함이 묻어난들 어찌 찬란하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탁탁, 발바닥으로 두어 번 땅을 두드려본다. 강진에서 생활한 지도 7개월. 내 뿌리는 잘 자라고 있는 것일까. 부디 튼실한 뿌리가 내리기를 기도해본다.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고르고 지인들과 함께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식탁의 풍성함보다는 인정의 풍성함이 좋았고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지인들과 오가는 대화 속에 풍성해진 마음이었다. 만선의 기쁨이 이와 같을까. 읍내로 돌아오는 내내 가득 찬 고깃배를 이끌고 돌아오는 선장 같은 기분이 들었다.
놀토 수산시장이 올 3월에 시작한다고 한다. 아쉬웠다. 다음에는 북적대는 수산시장의 느낌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오기를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