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작성일
2015.07.20 15:34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748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의 깊은 산간마을에 어느 날 낯선 프랑스 처녀가 찾아 왔습니다. 그녀는 다음 날부터 마을에 머물며 매일같이 강가에 나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날이 가고 또 한해가 가는 동안 고왔던 그녀의 얼굴에도 어느덧 주름살이 하나 둘 늘어가고, 까맣던 머리칼도 세월 속에 묻혀 하얗게 세어갔습니다.

그러나 여인의 그리움은 한결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이젠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되어 강가에 앉아 있는 그녀 앞으로 저 멀리 상류로부터 무언가 둥둥 떠내려 왔고, 그것은 다름 아닌 한 청년의 시체였습니다.

바로 이 여인이 일생을 바쳐 기다리고 기다렸던 젊은 시절 히말라야 등반을 떠났다가 행방불명된 그 약혼자였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엔가는 꼭 눈 속에 묻힌 자신의 약혼자가 조금씩 녹아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떠밀려 오리라는 것을 믿고, 그 산골마을 강가를 떠나지 못하고,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것입니다. 이젠 보잘것없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그녀는 몇 십 년 전 히말라야로 떠날 때의 청년의 모습 그대로인 약혼자를 끌어안고, 한없이 입을 맞추며 울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이룩한 내 사랑, 가슴 저리도록 슬픈 내 사랑, 이젠 그곳에선 한 여인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도 쉽사리 잊혀 지지 않는 이야기가 오늘 산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답니다.

뭐든지 쉽게 이뤄지기를 바라고, 가볍게 단념해버리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조난당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고 인터넷에 글을 실린 “박재술” 운봉사랑이야기에서 발췌해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