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세이) 고구마 순을 심는날의 행복

작성일
2015.06.16 13:42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826
날씨가 흐리고 가느다란 빗줄기가 살짝 내리고 있어서, 목마른 땅을 적시기엔 부족하다. 고구마 순을 꺽어서
밭 두둑에 꽂는 작업을 하기에 적합한 날씨이다. 강렬한 햇빛이 비치면, 쉽게 말라 죽기 때문에 항상 비가 오는 날을 선택하여, 고구마 순을 심는다.

고구마 순은 생명력이 강하여 수분이 있는 부드러운 땅에 꽂아서 심으면, 삼일 후부터 살기 위해 뿌리를 내린다. 밭에 고랑과 두둑을 만들어 고랑에 순을 심는 것은, 뿌리가 잘 뻗고, 고구마가 잘 맺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고구마 두둑은 다섯 개로 만들어, 가을에 수확하여, 가족들과 함께 먹고, 나머지는 나눠먹을 계획으로 심는다. 손으로 촉촉한 흙으로 밀어 넣으니, 부드럽게 들어간다. 흙은 생명의 근원 이기에, 모든 생명의 기운을 포용하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도 흙에서 났기 때문에, 한줌의 흙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고구마 순은 좋은 요리의 재료 이어서,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묻혀 나물로 먹고,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으면, 최고의 식사를 할 수 있다. 뿌리와 줄기, 이파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귀중한 식재료 이다. 심고 남은 고구마순은 오늘저녁 식사를 행복하게 할 맛있는 재료가 되니,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만족을 느낀다.

밭을 둘러보니, 고추가 푸른 열매를 맺어서, 작은 소쿠리에 따서 담고, 상추와 쑥갓도 담으니, 뜻하지 않게 풍성함이 느껴진다. 물질적인 풍요와 도시문명의 혜택을 못받는 대신에,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으니, 참 행복한 사람이다.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한 생각이 찾아오면, 논과 밭에 나와서, 푸른 생명들을 바라보면, 그냥 편안하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생활이 정신적 인정을 주고 있다. 전쟁터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민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자연이 좋다고 해서, 생계를 팽개치고 무작정 농촌으로 가는 것은 큰 모험이다. 직장에서 매월 받는 급여가 없고, 스스로 땅을 경작하고, 작물을 재배하여, 판매를 하는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다. 농촌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분들은, 주말에 운영하는 귀농학교, 주말농장에서 많이 배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지금 농촌은 보릿고개라 할 수 있다. 가을이 되어야 농작물이 수확되어, 돈을 만질 수 있고, 지금은 소량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다 보니, 돈 구경하기 어렵다. 물론 시설원예를 하는 농업인들은 지속적으로 출하를 하기 때문에, 자금 회전이 비교적 잘되는 편이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때로는 뜻 하는 대로 일이 잘 안되어, 마음이 상하여 실망을 하는 때도 있고, 후회가 되는 때도 있다. 글을 통해서 농촌의 생활을 표현 하지만, 전부 다 쓸 수는 없다. 블로그를 방문하여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작은 위안을 드리고자, 고달픈 이야기는 생략했다.

글을 써서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으로, 생생한 글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도 글을 몇 자라도 써야, 허전함이 해결될 것 같은 생각에 글을 쓴다.

붉은 노을이 지고,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도착하여, 수돗물을 틀어, 고추, 상추, 고구마 순을 물로 씻으니, 초록의 색이 더 선명하다. 잘 씻은 채소들을 주방에 갖다 놓으면, 아내가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여, 가족들과 행복한 저녁 밥상을 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