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지 묻지 마세요.

작성일
2015.02.06 14:51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1085
왜 사는지 묻지 마세요. 가는 게 세월이니까요.
우리 인생이 동지섣달의 해 만큼이나 짧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우리들 인생의 100년을 준비시키기 위해 오늘도 당신은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군요. 그러니 집에 거울을 걸어두지 마세요. 거울을 자주 보면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심란하답니다. 시계도 두지 마십시오.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그저 넉넉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새 봄을 또 맞아보십시오.
 
유난이도 춥고, 눈도 많았던 지난겨울 꽁꽁 언 마음을 풀어주는 입춘과 경첩의 중간 우수를 맞는 봄바람이 그래도 아직은 제법 차가워 옷깃을 여밉니다.
 
개울가 갓 눈이 트는 버들개지, 나긋나긋 휘늘어진 노란 개나리꽃이 봄을 반겨 수줍게 망울을 터뜨리려고 날을 잡나 봅니다. 내 집 뒷마당 쪽에 홍매화나무 한 그루에서 망울을 잔뜩 머금고 터뜨리려고 하는 군요. 보은산길에 언 땅이 녹으면서 사람들 발자국에 곳곳이 패이고, 움츠리고 있던 가지들마다 기지개를 펴는 듯 여기저기에서 파릇파릇 돋아나고, 산길 아래 개울가 실개천 언덕에 소생하는 여명(黎明)!
세상이 살아나 생동하듯 대자연의 기상의 봄이 옷을 갈아입듯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계절이 눈앞에 전개되는 찰라입니다.
 
세월이 나에게 말합니다. 왜? 사는지 묻지 말고 그냥 바쁜 날들 속에 좀 쉬어 가라고. 자꾸 뒤돌아보면 미련이 남고 후회도 남아서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가라고 말합니다. 힘들면 그늘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옹달샘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적게 쌓이지요.
 
인간이 산다는 것은 어차피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디를 갈까? 어떤 옷을 갈아입을까? 무엇을 하고 살까? 어떤 종교를 믿을까? 아니면 여행을 떠날까? 그처럼 마음이 인간을 지배합니다. 일찍이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이야말로 바람 부는 대로 나풀거리는 갈대라는 정답을 내리지 않았던가요.
 
권세나 명예, 부귀영화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청렴결백하다고 말하지만, 살다보면 과욕에서 자기 분수도 모르고 세상에 휩쓸려 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격을 갖고 다듬는 정의로운 일에는 몸과 마음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돈이 많거나 없거나, 명성이 높거나 낮거나, 한 세상 누구나 공평하게 단 한 번의 인생만 살다갈 수 있기에 지나버린 시간은 물릴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결국, 인생길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일방통행로이기에 마지막 한줌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즐겁게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돈이 많아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면서 소박하게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왜 사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저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살면 그게 행복하며 인생사는 멋을 아는 사람이랍니다.
 
세월이 말없이 가는 것처럼 내 마음은 강물 되어 흘러갑니다.
서로 기대 사는 세상, 당신은 사랑하고 싶군요.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정을 다 쏟고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