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리 해고당한분의 회고록과 아내의 답신

작성일
2015.01.23 14:26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928
 
40대 중반의 가장이고 아내와 자식들 둘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직장에 출근하니 사무실 분위가가 심상하고 직원들이 여기저기서 웅성웅성거리며 저를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한 직원이 내게로 오더니 “부장님, 혹시 아직도 모르셨어요?” 라고 말합니다.
 
뭣을 말이요?
알고 보니 남도 아닌 내가 정리해고 대상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한동안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 갑자기 찾아 올 줄이야 생각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창문밖에 나가 먼 하늘을 쳐다보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인사부에 불려 가보니 정말 불똥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을 가족들에게 어떻게 말할까 싶어 고민하다가 하루가 갔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막상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더군요. 그러다 며칠 후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 일요일 오후였답니다.
 
집사람과 애들 둘을 모두 데리고 외식을 한 다음 차를 한잔씩 나누다말고 용기를 내어 해고된 사실을 실토하였답니다. 회사 사정이 경영상 딱해 간부인 내가 권고해직을 당했다고 솔직히 말하고 가족의 눈빛을 살폈습니다.
 
이때 다 큰 딸 여식은 “아빠 사랑해요.” 아들 놈은 “아빠 저도 알바 할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이 때 아내는 의외로 올 것이 왔다는 심정인지 침착하게 말하기를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함께 일하면 그 전이랑 달라질 것 별로 없을 거예요. 그러니 용기 잃지 마세요. 당신 뒤에 가족이란 튼튼한 버팀목이 있잖아요.” 라고 합니다. 이 말에 울컥 참았던 눈물이 나고 말았답니다. 한사코 아내만은 눈물을 참으며 남편의 어깨를 안아줍니다. 곁에 다 큰 아이들도 “아빠 힘내세요. 사랑해요” 라고 말해주는 모습에 저는 새삼스럽게 참 진실의 행복을 느꼈답니다.
 
뜻하지 않은 해고지만, 오히려 제가 그동안 직장에서 오직 한 가정만을 위하여 곧게 지켜온 길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면서 내일의 희망을 그리고 새로운 기회에 대한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인생이 어디 있습니까?
위기를 기회로 삼으면 되지요.
이젠 더 힘내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것입니다.
세상은 자기가 보는 대로 보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아내의 답신.........
끝까지 아름다운 사랑의 인연으로 남고 싶군요.
사랑하는 당신!!
우리가 만나 25개성상을 함께 살아왔지만, 내게 있어 늘 당신은 바람 같은 사람이어도 내겐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으로 남아있답니다.
삶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당신은 내게 용기를 주셨고, 기대어 쉴 수 있는 따뜻하고 듬직한 당신의 품안 깊숙이 내 마음이 머물도록 평안케 해주었고, 뜨거웠답니다. 그렇게 언제나 당신의 숨소리가 바람 되어 불어 올 쩍 마다 훈훈한 가슴을 녹여준 당신의 용기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나의 사랑 전부였답니다.
 
그 속에서 우리 가족은 즐겁고 행복한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당신의 작은 박봉에도 알뜰히 남부럽지 않은 우리들만의 행복은 저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만이 지켜보시고 함께 손뼉 쳐 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
당신이 몇 일간 말 못하고 괴로워하던 그 심정을 우린 다 읽고 있었답니다. 절대 용기 잃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우리가 곁에 있잖아요. 내가 죽는 날까지 당신만을 위해서 지켜드리리다.
 
친구 같은 당신!
한 생애 반려자(a companion for life)로 부족함 많은 저와 자식들을 위해 오직 한 눈도 팔지 않고 살아온 당신의 정성. 당신은 참 좋은 남편입니다. 우리 항상 서로에게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인연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여보!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로부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