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그러려니 하고 살렵니다

작성일
2014.11.05 10:40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1216
개울가 실개천에 졸졸 흘러가는 물을 바라봅니다. 나도 저 물처럼 흐르고 흘러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바위에 부딪히면 비켜서 흘러가고, 조약돌을 만나면 씻겨 내려가고, 둔덕을 만나면 쉬었다 가기도 하고, 마른 땅 만나면 적셔주며 가고, 목마른 자 만나면 먹여주고 나눠 가면 되는 게지....... 내 갈 길 빠듯해도 이제 서둘지 말아야겠습니다.
 
숱한 세월 저 물처럼 흘러왔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뭐가 그리 대단한가요? 그저 그러려니 하고 그럭저럭 살아가리라. 앞섰다고 교만치 말며, 뒤섰다고 아쉬워하거나 절망치 말고 멀찌감치 떨어져 가다보면 다 가긴 가는 걸.......
누가 돈 많이 벌고 잘 사면 뭐하고, 없이 살면 대수인가!! 한 세상 사노라면 다 거기서 거기인 걸........ 물 흘러가듯 조용히 그렇게 살자. 세상을 절망 않고, 유혹에 빠지지 않고 홀로 노래 부르며 낙천적(optimistic)으로 내길 가다보면 다 가지는 게지 뭐........ 한사코 아옹다옹 시비에 걸려들지 않게 그저 물 흐르듯 그러려니 하고 살면 그 뿐이 아닌가.
 
잊혀질 수 없이 떠오르는 죽을 만큼 좋았던 연인(one`s love)과 어느 날 갑자기 영원히 헤어져버린 일을 못 잊어 견딜 수 없어도, 한때 사업상 비밀을 공유하며 잘살아보자고 목을 달아매고 죽자 사자 일했던 사이도, 멱 감으며 뛰놀던 불알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저승으로 가 버려도, 무슨 연유인지도 모르게 사소한 감정에 전화 한통하지 않을 만큼 무정하게 멀어져버린 그 인간을 곰곰이 생각해 봐도, 또 한 때는 죽이고 싶을 만큼 내 돈 다 떼먹고 멀리 타국으로 달아나버린 그 인간만 떠올려 봐도, 모두다 인연 탓인 걸, 흘러가버린 물이고 허사로운 일이로다.......
 
이제 그러려니 하고 살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세월들만이 나를 억누르고 울리는데 물은 아무 일 없는 듯 해불양수(海不讓水)(더럽고 깨끗한 것 가리지 않고 다 받아줌)되어 잘도 흘러만 갑니다.
 
변해버린 그 인간 탓하지도 말고, 떠나버린 자 생각을 지워야 하는데 왜 이제껏 생각을 해야 하는지? 하늘아래 놓인 거야 다 똑같은데 하찮은 일에 인연되어 왜 이토록 집착해야 하는가! 내가 아무리 많이 배우고 잘났다 뻐겨 봐도 거기서 거긴 걸, 결국 침묵으로 묵묵히 서있는 저 소나무만도 못하는 우리 인간들 주제에 그냥 그렇게 봄날이면 봄이 왔다 가고, 또 여름이 가면 흩날려 떨어져 뒹굴어갈 한심한 낙엽 신세인걸.......
 
모두가 스치고 지나가는 거다. 붙잡아두고 미련(lingering affection)을 두지 말아야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봅니다. 그저 세속에 파묻혀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더라도 살아가다보면 내 곁에 남을 사람은 꼭 남는 법, 그런 사람으로 족하겠지요. 그런 후 그럭저럭 마음 비우고 나누며 오순도순(intimately) 둘만의 세상을 꾸려 가려구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단 한사람만은 내 곁에 남아준다면 내 마음 다 쏟고 상처받은 일 다 잊고 그저 살아가렵니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부러워하거나 질투(jealousy) 같은 것 않고 다시 오지도 않을 시간을 힘들게 보내지 말아야지요.
 
비바람 불고 흙탕물 뒤집어쓴다고 꽃이 아닐 수 없고, 비바람에 흩날려 뒹굴어 길모퉁이에 쌓인 낙엽이어도, 난 나보다 못 배우고, 못난 사람 짓밟고 올라서려 하지 않고 내 가는 길 한 모퉁이에서 조용히 살아가렵니다. 아기가 걸어 다니기까지에 3000번을 넘어져야 겨우 걷듯이 나 아직껏 헛나이 먹고 살아온 한평생 다시 올 날들을 점검해 나머지 인생 살아보고 싶군요.
 
그러나 이 세상 가장 슬픈 일은 세상을 좀 알만 할 때, 꼭 이별을 해야 하는 한다는 겁니다. 실수란 인간이면 누구나 하고 사는 것이잖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면 안 되나요. 이승에 좀 더 정을 남겨두고 가고 싶으니 말예요.
 
삶이란 가변성(可變性)이 있듯 사주팔자도 숙명(宿命)이 있나 봅니다. 평생 남에게 베풀다가는 그런 삶이면 얼마나 값진 삶일까요. 빈손으로 돌아갈 우리인생 마음비우고 살아가다보면 행복도 불행도 좋은 운명으로 후손이 받을 것이 틀림 없겠지요. 행(幸)과 불행(不倖)은 돌고 도는 법, 마음먹기에 달려 있겠지요. 그게 인생살이 해탈(deliverance)을 얻는 길이 아닐까요? 그러기에 인생을 그러려니 하고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