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세이) 참깨를 수확한 가을날의 행복

작성일
2014.09.11 09:18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800
(2014년 9월 6일 토요일)
 
8월의 늦은 장마가 끝나고 9월로 접어들었다. 가을햇살이 그동안 비에 젖은 땅을 말리느라 제법 따갑게 비췬다. 밭에 나가보니 참깨가 다 익어 주인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이슬이 참깨잎에 맺혀 있고, 살짝 만져보니 눈물을 뚝 뚝 흘린다.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눈물의 이별식을 마치고 하늘향해 감사의 기도를 하고, 낫을 들어 참깨를 베기 시작했다. 봄부터 거친 비와 바람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주인에게 기쁨을 주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 스러웠다.
 
 밭에다 커다란 포장을 깔고 낫으로 빈 참깨다발을 가지런히 놓았다. 낫으로 조심스럽게 참깨를 베어 지게의 바작에 싣고난후 포장에 내려 놓기를 열번이나 반복하니 밭을 가득채웠던 참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장엄하고 떨리는 심정으로, 단단하고 길다란 참나무 몽둥이로 참깨를 힘차게 내리치니 깨알이 툭툭 떨어졌다. 죽을죄도 안지었는데, 주인한테 두들겨 맞으며, 깨알을 토해내는 참깨줄기의 심정은 억울하고 원통하겠지만,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곤장을 내리쳤다.
 
 너무 세게 내리쳤는지 참깨 즐기가 멀리 튀어나갔다. 때리는것도 요령이 있어야 하는데, 무식하게 힘자랑만 하다보니 온몸이 땀으로 젖고, 기력이 빠졌다. 잠시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한숨을 쉬며, 잠시 눈을 감고 천지의 기(氣)를 몸속으로 넣었다.
 
 다시금 참나무 몽둥이를 들어 참깨가 아프지 않도록 내리치니 깨알이 방금전보다 더 많이 쏟아졌다.

참깨를 한참이나 털다보니 어느새 포장 위로 수북히 쌓인 참깨알이 하얗게 가을 햇살이 반짝이며 수줍어 했다. 두손으로 움켜 쥐어보니 느낌이 부드럽고 좋았다.
 
 참깨를 바가지로 모아서 20kg포대에 가득 채우니, 많게만 느껴졌던 참깨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농작물중에 크기가 기장작아 수확량이 많지 않는 작물이다. 그래서 '참깨 농사는 아무리 잘지어도 손해다'는 말이 있다.
 
 참깨알을 털어낸 줄기는 끈으로 묶어 단을 만들어 한곳에 모아 드었다. 밭에 펼쳐놓은 포장을 둘둘말아 접고,참깨 포대와 함께 지게비작에 싣고 밭을 내려왔다.
 
대문을 열고 마당 한곳에 내려놓고, 다시 밭으로 가서 참깨 줄기단을 바작에 지고 세차레나 옮겼다. 잘 마른 참깨줄기단은 불소기게로 사용하면 화력이 참 좋기에 헛간에 잘 쌓아놨다가 쇠죽쓸때 사용할려고 생각 했다.
 
 창고에서 풍로(風爐)를 가져와서 포장을 깔고 수확한 참깨를 풍로 윗부분에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참깨가 아닌 쭉정이와 이물질이 바람에 날려가고, 풍로 밑으로 참께알곡이 쌓였다. 풍로는 올해로 30년째 사용하고 있다. 어렸을때 사용하던 풍로인데 잔고장 없이 지금까지 잘 사용해 왔다.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풍로를 다시금 사용하니 아련한 추억이 떠올랐다.
 
 풍로를 다시고 창고에 들이고, 이물질이 분리된 참깨를 포장에 펼쳐놓고 가을 햇볕에 말렸다. 푸른 하늘엔 구름한점도 없고 햇볕은 푸른 들판의 곡식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가을이 다가와 풍성한 참깨를 수확하니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 참기름을 짜서 밥을 비벼먹고, 반찬에 참깨를 넣어서 먹으면,풍성한 식탁의 행복과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하는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다. 그리고 봄부터 씨를 뿌리고 나서 자식을 키우듯 온갖 정성을 다하니 농산물은 농부에게 있어서 가장 값진것이다. 날마다 먹는 밥과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것이 바로 농부의 땀과 정성과 하나님의 은총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