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나침판이 추억과 역사를 가리키는곳 병영

작성일
2014.05.02 16:33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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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1].jpg
남도의 끝자락 강진의 병영에 가면 시간의 나침판이 옛 추억을 향해있다. 300년전의 역사속으로 다가가 병영성문을 두드리니, 수문장은 어디갔는지 대답이 없다.

높게 쌓아올린 성곽을 걸어가니 수많은 병사들이 훈련하며, 호국의 열정을 쏟아내던 함성이 귓전에 들려온다.

시간이 아득히 지났것만 수많은 사연과 아야기가 금방 쏟아져 나올것 같은 그곳은 한적하다.  눈을감고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젖는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건너 다녔던 홍교에는 봄 햇살에 풀잎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작은 도랑물은 잠시 휴익을 취하고 있다.

하멜이 머물다 지나간 흔적을 채우려고, 머나먼 고향을 그리며, 손으로 가리키는 하멜의 동상이 애처러워 보였는지, 실바람결에 풍자가 놀라 날개를 흔든다. 하멜은 이곳에서 조선의 여인과 가정을 이루며 살았지만, 끝내 처자식을 남겨둔채 고향으로 떠나갔다. 하멜이 떠난 빈자리를 지키며 어린자식들을 키우던 조선의 여인은 눈물로 세월을  채웠을 것이다.

발걸음을 옮겨 넓은 들판을 지나니 '와보랑께 박물관' 안내판과 석상이 말없이 맞이한다. 마당의 절구통엔 엇그제 내린 빗물이 담겨져 있고, 십이지상이 나란히 서서 지나간 역사를 알려준다.  30년동안 전국을 누비며, 농촌에서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수집하여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관장의 이야기가 한편의 소설처럼 느껴졌다. 우리의 옛것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멀고먼 곳까지 가서 수집해온 물건들이 진귀한 보물과 같았다.

어렸을때 보았던 흑백텔레비젼과 등잔,놋그릇,지게,홀태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정도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전시물 이었다.  박물앞 밖에 돌담벽에 씌여진 강진의 사투리는 매우 정겹고 구수하다. 다른 지방사람이 보았을땐 낮설고 이해가 안가지만, 전라도 강진의 사람이라서 금방 알아들을 수 있었다.

병영에 가면 역사와 추억뿐 아니라, 남도의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병영장터안에 위치한 '수인관 '식당에는 항상 손님들로 가득하다. 수인관의 소문을 듣고 일부러 지나는 길에 왔다는 손님이 열가지가 넘는 반찬과 돼지고기 석쇠구이를 맛보며, 그 맛이 어찌나 좋던지 말문이 막혀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였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병영에 가면 농촌의 인정과 남도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병영의 들판에는 봄바람에 날려오는 꽃향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