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주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분들

작성일
2013.10.25 18:06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1974
우리는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요.
첫 인상이 좋아 깊이 남는 사람, 목소리가 걸걸하면서도 믿음직하게 호남아로 잘생긴 남자. 미모가 방정하고 상냥하게 예뻐 보이는 중년 여인, 곰같이 무뚝뚝한 남자이면서 사귈수록 정이 넘치는 그런 사람. 애교와 상냥함이 듬뿍 담겨진 진한 기억으로 지울 수 없는 여인. 험상궂게 생겼으나 사귀어 보니 마음이 비단같이 맑은 남자. 만나면 웃음부터 나오는 사람이나 짜증나는 사람, 한 순간 사귀었으나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 여인이나 남자. 만나면 만날수록 마냥 행복이 느껴지게 하는 그런 사람 등등..........
 
사람 사는 인생길이 각양각색으로 추억을 남기게 마련이지요. 언제 누구를 어떻게 만나든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는 이별이란 아픔 속에 또 보고픈 기다림이 생겨납니다. 기다림이 있는 동안은 그 누구보다도 설렘이 있고, 환영(幻影)을 그려보는 행복함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한 때의 인연으로 지금껏 그토록 보고파지는 세 남자와 세 여인이 있답니다. 사업차 중국에 6개월 동안 머물다가 고국에 돌아와 전화를 걸어보니 갑자기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막연한 친구였고(울산의 무덤에 가 쐬주 한 잔 부어놓고 왔습니다.), 또 한 남자는 대학 재학시절 한방에서 자취하며 지내던 그 친구였는데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지병으로 죽었다는 자식들의 기별을 받았답니다. 마지막 한 분은 필자가 “피지”에 이민 갔을 때 안 분인데 밤마다 둘이 남태평양 바다 한가운데까지 나가 낚시질 하던 때 달 밝은 밤 달무리에 어린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인생사를 논하던 추억의 분인데 한국에 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큰 쇼크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 세 분은 내 살아생전 잊혀 질 수 없는 가슴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리고 한 여인은 필자가 무역업 당시 일본 동경 한복판 유락죠(有樂町)라는 곳에서 밤에 길을 잃고 헤맬 때 구세주 같은 여인(와세다 대학 재학생)인데 이후 친숙하게 되어 이 여인이 한복을 꼭 입고 싶다하여 선물한바 있는데 이후 결혼하여 남편과 아들 하나 데리고 한국까지 필자를 만나러 온 여인이고, 또 한 여인은 중국 흑룡강성(후첸생)에 “치지알”이란 시에 사는데 추운 겨울 조선족 민박집에서 한 달여간 한국 간 동업자를 기다리는 동안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 친숙해진 분인데 송하강가 먼 발치를 바라보며 외로움의 동반자로 함께 이야기 나눈 세 자녀를 둔 친절한 여인입니다.
마지막 한 여인은 과거 통금시간이 있을 때 부산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는 열차 칸에 우연히 함께 자리한 여인인데 알고 보니 서울 송파구 잠실로 필자와 한 동네 살던 터라 한밤중 집까지 택시로 태워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헤어진 몇 개월 후 또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만나 친숙하게 인사를 나눈 분인데 지금은 어디 사는지 잊혀 질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만남이 주는 잊을 수 없는 그런 분들이 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추억은 참 소중한 기억으로 마음 깊은 곳에 담아진 알뜰한 샘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