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 2지방선거에 대한 쓴소리

작성일
2010.06.04 13:51
등록자
김희재
조회수
1526
  6월의 햇볕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끝난 6.2 지방선거의 국민투표의 결과 만큼이나 뜨겁다. 오늘 아침 9시까지 업치락 뒤치락하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강남 3구의 12만표 몰표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2만여 표 차로 겨우 승리를 했다. 하지만 굴욕의 승리다 단체장과 시의회는 모두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패배를 인정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는 선거는 졌지만 국민은 승리했다고 했고 한나라당 오세훈 당선자는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라고 했다. 9시 뉴스는 두 달간 첫머리를 장식했던 천암함이 사라졌다. 9시면 땡과 동시에 이명박이나 청와대의 첫 꼭지 뉴스도 없다. 이번 선거에 대한 여론 조사가 왕창 허구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한결같이 50% 이상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도 짐작이 간다. 이동관의 마사지 브리핑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명박 정권을 견제하는 데는 나무랄 데 없는 이번 선거 결과지만 아쉽다.
  영남에서는 지역구에 내려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달성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고, 경남지사는 야권연대의 김두관 리틀 노짱이 이명박의 특사를 넘어뜨렸으며, 노짱의 친구 김정길은 노구를 이끌고 유세차량 위에서 춤까지 추면서 부산에서 무려 44%가 넘는 득표를 했는데 전라도는 여당에게 겨우 10% 남짓의 표를 주었을 뿐이다. 경상도의 변화를 볼 때 부끄러울 뿐이다.
  피자 한 판 값도 못 되는 20kg 짜리 쌀 한가마니 값에도 불구하고 지고지순한 전라도 어르신들은 들판에서 땀 흘리며 논에 모를 내고 있다. 농협 창고에는 쌀이 썩어나가고 있는 이 마당에 그 밥에 그 나물인 남도의 당선자들이 농민들에게 해 줄 것이 진정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천안함의 북풍 여론조사 수치에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수도권을 포기하고 전라도 시군을 누비면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고 다녔다. 전라도라도 사수하자는 소인배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가만 두어도 다수가 당선될텐데 압도적 다수를 당선시켜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조폭처럼 그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당선이 유력했던 참신한 무소속 후보들 시체들이 즐비했다. 소탐대실의 극치이며 앞을 내다보지 못한 소인배의 짓거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전라도 민주당은 좀 더 크게 놀아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적인 박정희 정권의 2인자 김종필 씨에게 머리를 숙여 충청인들의 힘을 빌어 전라도민의 한을 풀어 주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임기를 마치고도 쪽수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으니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 후보를 내세워 또 한번의 기쁨을 전라도민에게 안겨 주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름만 민주당이 이겼다. 속내를 보면 민주당은 호남 3곳과 인천만 이겼을 뿐 한나라당과 다를 바가 없다. 강원지사에 당선된 이광재, 충남 지사에 당선된 안희정, 경남지사에 당선된 김두관, 선거의 백미를 보여준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 백전노장 김진표를 한 달 만에 거꾸러뜨리고 경기도지사 후보가 된 유시민이 누군가? 그 인재들이 민주당 사람이란 말인가? 소가 웃을 일이다.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그들을 배척하고 호남은 따로 민주당을 만들어 전라도를 독신했다. 이번 선거에 선전한 노무현의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는가?
  김대중 대통령께서 돌아가시자 한 촌로의 “이제 내 생전에 언제 또 전라도에서 대통령감이 나오남”하는 푸념이 전라도민의 마음이 아닐까? 
  민주당은 어려울 때마다 국가를 구원한 전라도민을 우습게 만들지 말라. 전라도가 없었으면 조선도 없다는 이순신의 말을 더럽히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안될지라도 10년, 20년 아니 30년 이후를 대비하여 인재를 길러야 한다. 제2의 김대중과 제2의 노무현 없다면, 제2의 송영길, 제2의 이광재와 안희정을 키워야 한다. 군수나 시장 한 자리, 도의원 한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눈을 들어 대한민국을 보라. 지방 토호들의 기득권을 지탱해주는 눈앞의 탐욕에서 벗어나 미래를 이끌어나갈 전국적인 호남의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 어차피 당선이 안 될 한나라당 후보나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도 의미있는 득표를 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전라도에서 배려(?)해 주어야 수도권을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가 민주당이 잘해서 찍어준 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평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 민주당이 좋고 능력이 있어서 표를 준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를 반면교사로 날씨보다 마음이 더 따뜻한 전라 도민과 전라도를 전국의 모든 유권자들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도 민주당 독식은 숙고해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