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이야기> 축구로 맺은 인연

작성일
2009.08.26 12:12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1491
 
화사한 봄햇살이 내려앉아 교문을 들어서는 길가에도 민들레가 방긋 피었다. 경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강진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오늘이 처음 등교하는 날이라서 모든 것이 낮설고 생소하기만 하다. 경호가 배정받은 반은 1학년 2반 교실에 들어서니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들과 다른 초등학교 출신의 낮설은 급우들이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침 학급조회를 알리는 음악방송 소리가 울려 퍼지고, 1년간 학급담임을 맡을 선생님이 들어 왔다. 선생님은 칠판에 ‘박창동’이라고 이름을 쓰고 자기소개를 했다. “1년동안 여러분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된 박창동 이다. 올해 사범대를 졸업하고 강진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맡은 과목은 체육이다. 우리모두 열심히 해보자”


박창동 선생님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공수특전부대 장교출신 이라서 그런지 말하는 것이 절도와 패기가 넘친다. 고향이 강진 이라서 근무지를 희망하여 강진중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특별활동반을 편성하기 위하여 박창동 선생님은 자기가 희망하는 반을 선택 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활동 하고자 하는 반을 선택 하였고, 마지막에 축구반 모집을 했다. “축구반에서 활동할 사람 손들고 이름을 말 해라. ” 경호는 손을들어 축구반을 지원했다.


1학년 2반 학생들은 첫날의 만남 이지만 금새 친해졌다. 경호의 옆에 앉은 친구의 이름은 유상철 이고 매우 활달한 학생이다. 처음 만난사이 이지만 상철은 경호와 뭔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을 먹을때도 둘이 함께 다니고, 쉬는 시간에도 같이 다녔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경호는 자전거를 타고 2Km 떨어진 곳에 의치한 집을 향하여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들판길을 달려 간다. 논에는 푸른 보리가 바람결에 물결치고, 야산 밑에는 한가로이 풀을뜯는 염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께서 비닐하우스 에서 갓 따온 오이를 상자에 담고 있다.
“학교에 다녀 왔습니다.”
“경호 왔구나. 오늘 학교에 처음 가본 느낌이 어떠니?”
“잘 모르겠어요. 처음만난 친구들과 선생님들 다들 서먹서먹 해요.”  “처음엔 다 그런거야. 차츰 시간이 으르면 익숙해 질 것이다.”


경호의 아버지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전에 강진으로 귀농을 하였다. 친환경 유기채소를 생산하여 판매를 하고 있으며, 전통 옹기와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여동생 혜선이는 초등학교 5학년 으로 밝고 명랑한 아이다. 엄마는 3년전에 암 이라는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빠는 혼자서 어린남매를 키우면서 경호와 혜선이가 항상 밝고 명랑한 아이로 성장할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마침 할머니께서 김치를 담가 오셔서 냉장고에 넣고 계셨다.. 할머니는
마량면 에서 살고 계시고 장날이면 읍에 나오셔서 경호집에 들려 반찬을 만들어 주시고 집안정리도 해주신다. 할머니는 엄마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시면 항상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할머니 오셨어요”
“경호 학교에 갔다왔구나. 우리 경호가 중학생이 되어 늠늠한 모습을 보니 참 대견스럽구나”
할머니는 경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혜선이가 학원에 갔다가 들어와서 할머니 품에 안겼다. 혜선이는 할머니가 오시는날이 제일 좋다. 할머니 앞에서는 마냥 어린이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비닐하우스 에서 수확한 오이를 공판장에 판매하기 위해 트럭에 가득싣고 인근에 있는 공동집하장 으로 가셨다. 친환경 오이 작목반이 운영하는 공동집하장은 회원들이 생산한 오이와 채소를 큰 트럭에 싣고 서울의 공판장으로 싣고간다.


경호는 아버지의 도자기 공방에 들어가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만들며 아버지의 수준까지 돠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경호가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취미활동 으로만 하기를 원하신다.


할머니는 혜선이 손을잡고 집뒤의 동산에 가셔서 봄나물을 캐셨다. 파릇파릇 돋아난 부드러운 새싹을 바구니에 담으니, 바구니에 봄향기가 가득하다. 혜선이는 할머니가 가르쳐 주시는 봄나물들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무척 재미가 있다. 나물을 바구니에 담고 집에 돌아와 깨끗이 씻은후 밀가루 반죽에 나물을 넣고 나물전을 만들어 경호와 혜선이에게 주셨다. 입안 가득히 향긋한 봄냄새가 느껴지는 맛이 일품이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 도착하여 특별활동반 시간이 되었다. 경호와 상철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축구반은 모두 1학년 으로 15명이다. 올해 처음 박창동 선생님이 오셔서 만들었다. 선생님은 축구의 기초부터 설명해 주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셔서 아이들은 무척 재미 있습니다.
“축구는 넓은 운동장에서 하는 경기로 축구공과 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공을 잘 다루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며, 팀원간의 원할한 팀웍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의 축구 기본기를 파악하기 위하여 선생님은 각 한사람씩 나와서 공을 다루는 기술을
파악했다.
그중에 상철과 경호가 공을 가장 잘다루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그냥 운동장을 뛰면서 놀이로만 배워왔기에 축구를 제대로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교수업이 끝나고 축구반 아이들을 모이게 하여 한시간씩 축구를 가르치고, 학교공부가 뒤쳐질 것을 염려하여 축구연습이 끝나고 별도로 한 시간씩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박창동 선생님은 늘 아이들에게 축구운동을 하면서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강조 하면서 아이들의 지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사실이 학교에 널리 알려져 과연 축구반 아이들이 축구와 공부를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졌다. 축구반 아이들의 부모님 몇분은 학교에 찾아오셔서 자신의 아이는 축구를 안시키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세명의 학생들이 축구를 그만두고 이제 축구반은 열두명의 학생이 남았다.


경호의 아버지도 경호가 축구반에 들어가 축구를 한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난후에 알게되었다. 경호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알게된 후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과거에 경호의 아버지도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닐 때 축구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누구 보다도 운동선수의 세계를 잘 알고 있다. 대학교 축구선수시절 전국대학축구대회에 출전하여 경기중 심한 부상을 당한후 축구를 그만 두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경호에게는 축구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박창동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퇴근후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선생님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경호 아버님 경호담임을 맡은 박창동입니다”
“선생님 아비된 사람이 먼저 선생님께 인사를 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아들 경호에게 축구를 그만 시켰으면 합니다. 운동선수 보다는 그냥 평범한 아이로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버지는 과거에 축구선수였던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하고 선생님께 경호가 운동을 그만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경호 아버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경호는 축구선수의 기질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공을차는 실력이 월등 합니다. 축구반 아이들이 학교공부에 뒤처지지 않도록 제가 연습이 끝나고 공부를 별도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축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다 축구선수가 되지는 않습니다. 생활스포츠로서 축구를 하면서 건강한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단 올 일년만 지켜봐 주십시오. 낙후된
시골농촌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는 차마 끝까지 경호가 운동을 그만두게 할수 없었습니다. 일단은 경호를 더 지켜보기고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축구반 아이들은 축구의 기본기를 모두 다배우고 실전에 필요한 능력을 필요로 했다.  박창동 선생님은 우선 아이들에게 필요한 유니폼을 자기돈으로 구입하여 아이들에게 입혔다. 마침 강진으로 전지훈련을 온 서울 경동중학교 축구부 코치선생님을 찾아가서 친선경기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경동중학교 코치는 강진중학교 축구반 학생들이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지 물어봤다. 선생님은 올해 처음결성된 축구반 이라고 설명하고 친선경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축구를 배우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경동중학교 코치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친선경기를 일주일 앞두고 축구반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경동중학교와의 친선경기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 했다.
“너희들이 이번 경기에 처음 출전을 한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번 경기는 승패가 중요하지 않고 실전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니 지금까지 배워온 기량을 차분히 발휘하여 잘 배우기 바란다.“


박창동 선생님은 경동중학교 축구부의 전국대회 경기장면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세하게 설명하며 실전에서 경기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축구부 아이들은 생전 처음 해보는 경기 이지만 한번 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땀흘리며 열심히 축구 연습을 하고나니 친선경기 날이 되었다.


아침 일곱시에 축구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강진공설운동장 잔디구장 에서 마지막 연습을 한시간 동안 했다. 이윽고 경동중학교 선수들이 도착하여 경기를 시작 했다. 강진중학교 선수들이 서로 패스를 하며 공을 몰고 가는데 경동중 선수들이 공을 이어받아 이리저리 패스를 하면서 전반전에 선재골을 넣었다. 이를 지켜본 박창동 선생님은 마음이 무척 초조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선수들 에게 차분하게 지금까지 배워온대로 하라고 일러 주었다.


후반전에 시작되어 잔디구장은 양선수들의 열기로 달아 올랐다. 상철이 공격수로 재빠르게 공을 몰고가서 힘치게 긴 슛을 하여 골인이 되었다. 선생님과 선수들은 뜻밖의 골인에 감격을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계속해서 남은시간 경기가 이어지고 경동중학교 주장선수가 가볍게 강진중 선수들을 제치고 한골을 넣었다. 경기는 이대일로 경동중학교 승리로 끝났다. 경동중학교 코치는 박창동 선생님께 다가와서 첫 경기를 최선을 다한 강진중 축구반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하고 운동장에서 전지훈련을 계속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중화요리 식당에 도착하여 음식을 주문했다. “오늘 너희들은 최선을 다했다. 비록 이대일로 졌지만 너희들 에게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오늘의 경기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경동중학교와의 친선경기 내용이 다음날 지방신문에 보도가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박창동 선생님을 불렀다.
“박창동 선생님 우리학교는 정식적으로 축구부가 결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학교에 보고를 하지 않고 축구반 아이들을 데리고 비공식적 이지만 친선경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시말서를 작성하여 제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