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은샘이의 크리스마스

작성일
2009.05.11 13:05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1398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창밖을 바라보며 은샘이는 동생과 함께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는 이웃동네의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시면서 은샘이와 동생 초롱이를 키우고 계신다. 은샘이는 일곱살 여자아이 답지않게 네살의 남동생을 잘 돌보는 착한아이다.
 
  3년전 은샘이의 집은 여느 가정처럼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 있는데, 뜻하지 않게 아빠가 하시는 사업이 부도가 나서, 많은 빚을 지게되었다. 날마다 아버지는 빚독촉에 시달려야 했고, 집마져 경매에 넘어가 은샘이 가족은 시골의 할머니집에 내려왔다.
 
은샘이 부모님은 많은 빚을 갚기위해 어린남매을 할머니께 맡기고 슬픔의 눈물을 닦으며 서울로 일하러갔다. 3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은샘이와 초롱이는 부모님의 얼굴이 희미해져,기억이 가물거린다.
 
  창밖엔 눈꽃송이가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있다. "누나 할머니는 언제 오셔? 눈이 많이 내리고 있는데 할머니가 안오셔서 걱정된다." 은샘이는 어른스런 초롱이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듭는다. "초롱아 어린집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크리스마스 노래 불러 보자"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 이는코 만일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눈이 제법 땅을 하얗게 덮어가고 어둠이 내릴무렵 마을에 일하러 가셨던 할머니가 걸어오고 계셨다.
대문을 들어서서 온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계신 할머니를 향해서 다가와 은샘이와 초롱이는 품에안기며 따뜻한 체온을 느꼈다. "우리 애기들 잘 놀았니 추운데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배고픈 손주들을 위해 밥을 지어 먹이시는 할머니는 손주들이 마냥 안쓰러워 몰래 눈물을 훔치셨다.
 
은샘이와 초롱이가 곤히 잠들자 눈덮인 산골마을의 외딴집은 평화속에 잠기였다. 할머니는 홀로 앉아 두손모아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이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객지에 나가서 고생하는 아들과 며느리가 하루빨리 돌아와 아이들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를 하나님께서 인도하여 주시고 잘 지켜주셔서 이 고난을 잘 이기고 승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이 늙은이는 이제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믿고 바라옵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할머니의 기도소리가 깊은 어둠을 뚫고 하늘을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하늘엔 별들도 추워서 희미하게 반짝이고, 차가운 바람이 구름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늘에서 인간세상에 내려왔다 올라가던 가브리엘 천사가 할머니 집앞을 지나고 있는데, 할머니의 기도와 찬송소리 들려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곤히잠든 은샘이와 초롱이의 옆에서 기도하는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어렵게 홀로 두아이를 카우며 고생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렸다. 어떻게 해서든지 할머니와 아이들을 도와 주고싶었다. "천국에 올라가면 하나님께 말씀드려 은샘이와 초롱이의 부모님을 돌아오게 해야겠다"고 속으로 말하고 밤하늘 별들을 지나 하늘멀리 올라갔다.
 
다음날 날이밝자 할머니는 은샘이와 초롱이를 깨워서 따뜻한 물로 세수를 시키고, 할머니는 빗자루로 마당을 쓸었다. "애들아 오늘은 주일이라서 교회를 가야하니 우리집 마당과 길에 쌓인 눈을 쓸어야 한다. 너희들도 함께 하자꾸나" 은샘이와 초롱이는 "예 할머니 저희들도 도와 드릴께요" 할머니와 함께 눈을 쓸고 집에 들어와 아침밥을 먹었다.
 
은샘이와 초롱이는 할머니의 손을잡고 마을의 동구밖 언덕위에 있는 교회를 향해서 걸어갔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기 때문에 어제부터 내린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우묵배미 논도 소복히 눈이 쌓였고,마을앞 커다란 정자나무에도 눈이쌓여 나무는 무거운 눈을 겨울바람에 털어내고 있었다. 교회에 도착하자 주일학교 선생님이 은샘이와 초롱이를 반겨 맞아준다. "은샘이와 초롱이 왔구나 일주일 동안 잘 지냈어? 어서 들어가자"
 
교회안에는 갈탄난로가 따뜻한 온기로 교회안을 가득채웠고, 은샘이와 초롱이는 주일학교 또래의 친구들과 찬송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목사님의 설교도 열심히 들었다. 선생님이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오늘밤에 여러분이 그동안 연습한 율동, 연극, 찬양을 온동네 어른들께 보여 주어야 하니 5시까지 교회로 꼭 오세요"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두손모아 주기도문 으로 예배를 마쳤다.
 
은샘이는 두손모아 하나님께 엄마와 아빠가 꼭 돌아오시라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어요. 하나님은 하늘에서 다 보고 계시니까 엄마와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시지요? 하나님은 뭐든지 하실수 있으시니 저의 기도를 꼭 들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은샘이의 간절한 기도 소리가 하늘로 메아리쳐 올라갔다.
 
오전 어린이 예배가 끝나고 다른 주일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은샘이와 초롱이는 할머니와 함께 어른예배에 참여 하여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은 기도를 꼭 들어주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대답이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서 은샘이와 온 교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설교를 들은 교인들의 마음은 너무나 평화로 웠고, 감사의 찬송이 교회당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역앞에 기차를 기다리는 두사람이 있다. 선물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 여보 우리 은샘이와 초롱이가 많이 컸겠지요? 3년동안 못봤는데 어서가서 보고싶어요." 은샘이 엄마는 아빠에게 말했다. "3년동안 열심히 일해서 빚도 다갚았으니 이제 우리식구 모두 시골에서 함께 살아요." 아빠는 그동안 고생한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기다리던 호남선 기차가 도착하여 기차에 올라 아이들 줄 선물과 짐을 올려 놓고 자리에 앉으니 기차는 서서히 기적소리를 울리며 서울역을 떠나갔다.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엄마는 지갑에서 은샘이와 초롱이의 사진을 꺼내 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할머니께도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3년동안 서울에서 은샘이의 엄마는 식당에서 열심히 일했고, 아빠는 공장에서 고생을 이기며 일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항상 은샘이와 초롱이를 생각하며 참고 견디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보고싶어 엄마는 사진을 보며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며, 그리움을 참았으며, 아빠도 아이들 생각에 밤잠을 설친적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빚을 갚기위해 은샘이 부모님은 모든것을 참으며 열심히 일해서 빚을 모두 갚고 고향집에 갈수있게 되었다. 기차는 엄마의 생각보다 빠르게 가지않고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가는것 처럼 느껴졌다. 한참동안 기차는 거친 기적소리를 내면서 달려가다 드디어 나주역에 도착했다.
 
나주역에서 내려 강진가는 버스를 타고 드넓은 나주평야를 가로질러 우뚝솟은 월출산의 전경을 바라보며 불치재를 넘으니 꿈에 그리던 고향땅이다. 삼년이라는 세월동안 고향 강진은 많은것이 변해 있었다.
 
강진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로지은 건물이 두사람을 반겨 주었고, 산뜻하게 단장하여 예전에 허름한 터미널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파머스마켓에 들려 할머니 드실 과일과 고기를 사서, 군내버스를 타고 도암면 지석리 마을앞에서 내렸다. 마을입구의 표지석은 하얀 눈에 덮혀있고, 주위도 온통 은백색의 세상이다.
 
해가 뉘엇뉘엇 서산끝 으로 넘어가고 마을의 동구밖에서 걸어서 언덕위에 교회에 다다르니 교회안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반짝 거리며 찬송소리에 빛나고 있다. 목사님은 설교를 시작했다."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예수님을 이땅에 보내 주시겠다고한 약속을 지키셨고, 예수님을 통하여 이땅에 구원을 선물 하셨습니다. 오늘밤에도 하나님의 약속이 꼭 이루어질것 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꼭 믿고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1부예배를 마쳤다. 2부에서는 주일학생들이 준비한 율동, 찬양, 연극이 무대에서 공연 되었고, 은샘이는 친구들과 함께 &039;고요한밤&039; 찬송연주에 맞춰 율동을 했다. 초롱이는 &039;기쁘다구주 오셨네&039; 찬송을 불렀다. 아이들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물끄러미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일학생들의 공연이 끝나자 엄마와 아빠는 교회문을 열고 들어가 "은샘아, 초롱아" 하고 부르며 두아이를 끌어앉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은샘이와 초롱이도 그동안 애타게 그리던 엄마와 아빠를 만나서 엉엉 울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광경을 지켜 보던 할머니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은샘이와 초롱이 엄마,아빠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039;라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목사님이 다가오셔서 온샘이 가족의 손을 잡고 "여러분 모두 기도합시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 저희는 이세상에서 가장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살아야 했던 은샘이 가족을 다시금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가족이 다시는 이별하는 일이 없도록 하나님이 보호해 주시고 행복하게 하나님을 섬기며 살수있도록 해주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함께 기도하던 모든 교인들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어둠이 깊게내린 오솔길을 따라서 아빠는 은샘이를 업고, 엄마는 초롱이를 업고 &039;고요한밤 거룩한밤&039; 찬송을 부르며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가브리엘 천사가 은샘이 가족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 부탁을 들어 주셨네요" 라고 말했다. 가브리엘이 흐뭇한 만족의 미소를 머금고 밤하늘 위로 올라가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은샘이 가족위에 커다란 별빛 하나가 밝은 빛을 비추었다. 아마도 하나님이 이광경을 보시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별빛을 비춰 주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