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울의 수인산을 다녀와서

작성일
2009.05.11 13:03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1342

□ 겨울의 수인산(修仁山)을 다녀와서
 
 정해년으로 해가 바뀐지 여러날이 되었는데, 한번도 산행을 하지 못하여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 가려고 생각을 했다. 1월의 둘째주 토요일 그냥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PC를 보고,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지내고 는데 후배가 전화를 했다. "병영면에 있는 수인산에 갑시다. 거기는 제가 자주 올라다녀 봐서 지리를 잘 알아요. 제가 그쪽으로 갈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후배한테 알았다고 전화 수화기를 놓고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원거리 산행같으면 오후 4시는 어려운데 가까운 곳이라서 부담없이 나섰다. 10여분을 기다리자 검은색 겔로퍼차가 다가와 나는 차에 몸을 싣고 수인산 으로 향했다.  후배와 나는 작년봄에 같이 산행을 한후 지금까지 산행을 안했다. 바쁘다는 핑게로 지척에 산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그냥 지나치고 외면 했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강진읍을 지나 작천을 거쳐 병영면 소재지를 통과해 수인산성 이라는 큰 표지석이 있는 윗쪽으로 5분을 가니 저수지와 수인사가 나왔다. 차에서 내려 수인사 뒷쪽으로 조그만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겨울공기가 차가워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장갑을 끼고 등산지팡이를 굳게 잡고 발걸음을 향했다. 나와 후배가 올라간 코스는 길이 그리 가파르지 않고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숨이 차온다. 잠깐 바위에 걸터 앉아 땀을 식히고 물 한모금 마시고 산아래 펼쳐진 병영과 작천의 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들판은 그지없이 평온하기만 하고, 멀리서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다시 몸을 세우고 마른풀과 소나무가 가득한 산길로 발걸름을 향한다. 우리의 걸음소리에 놀랐는지 어린꿩 두마리가 황급하게 날아가고 고요하던 산속에 잠시 놀란꿩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탈진 바윗길과 평탄길을 지나 걸어가다 보니 산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였다. 산정상으로 가는길은 바윗길 이다. 옛날 임진왜란때 이곳에 산성을 구축해서 왜군과 큰 전투가 있었던 곳이라서 그런지 산정상에 다다르니 돌로쌓은 석성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사방으로 표시된 표지에는 봉화터,수인사터,남문,북문의 글이 표시되어 있어 이곳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만 했다.
 
 또한 이곳은 갑오농민군의 최후격전지로 관군과 싸우다 많은 동학농민군들이 유명을 달리한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6.25때 발치산 무장세력들이 이곳에 은거를 하면서 치열한 전투를 했던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한다. 산정상에서 북쪽으로 걸어가니 샘터와 집터가 나왔다. 이곳은 폭격으로 인해 모든 집터는 소실되고 흔적만이 남아 있어 그때의 참상을 짐작게 했다.
 
 해는 서산의 끝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내려 가야겠다는 생각에 우리가 올라온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이주일전에 내렸던 눈이 아직도 녹지않아 길이 미끄러웠다. 이곳의 또다른 명칭이 설성(雪城)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눈이 내리면 잘녹지 않고 눈이쌓여 있어 눈쌓인 성이라 하여 설성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온다.
 
 내려오는길은 올라오는 길보다 더 힘들었다. 경사도가 높고 비탈져서 내려오는데 진땀을 흘렸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넘어지곤 했으며, 그럭저럭 산아래 저수지까지 내려왔다. 저수지에는 청둥오리들이 어둑한 물위를 헤엄치고 놀고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저수지 억새풀을 헤치고 지나가고, 아래동네 민가의 불빛이 아른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산행을 마치고 차에 몸을싣고 돌이왔다.
 
 수인산은 가까이 있기에 산행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도 기꺼이 맞아  준다. 강진과 장흥의 경계를 이루며, 멀리 펼쳐진 해안선과 평야지대가 한눈에 들어와 옛적에 국방의 요충지 였다. 이곳에는 그동안 묻혀있던 역사의 이야기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기에 내고향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더 깊이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겼다.
 
 산과 자연을 가까이 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많을수록 점점 자연을 닮아가고 삶의 나른함을 극복할수 있는것이다.  삶이 지치고 우울함이 느껴질때는 넉넉한 모습으로 기다리는 수인산을 찾아가  맑은 공기와 산의기운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