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강진의 해안선을 따라

작성일
2009.05.11 13:00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1365
 
□ 강진의 해안선을 따라 
 햇살이 뉘엇뉘엇 갯벌의 서쪽 끝에서 실같은 빛줄기를 감추며 넘어가고 있다. 갯벌에서 석화(石化)를 따는 어머니들의 모습과 석양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새들의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와 차를 잠시 멈추고 바닷가로 내려가 잠시 갯바위에 앉아 바라본다. 바닷 바람에 풍겨오는 갯내음이 살아 있는 갯벌의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밀물이 점점 갯벌을 덮어오고 석화를 따던 어머니들의 자취는 사라지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이름모를 새들이 분주히 먹이를 찾아 배회하고 있다.
  갯벌의 평온한 풍경을 뒤로한채 다시 차에올라 해안도로를 따라 질주를 한다. 어둠이 내리고 길가의 민가에 불빛이 반짝이며, 마량방향에서 오는 차들이 나의 반대편 으로 달려간다.  
 굽이굽이 길을돌아 언덕을 지나 마량포구에 도착하니 선창가에는 바닷물이 출렁이며 작은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고금도를 오가는 배들도 모두 끊기고 포구에는 환한 가로등 불빛이 바닷물에 비치며 물결따라 흐르고 있다.  
 방파제 끝에있는 작은 등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기니, 제법 차가운 바닷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방파제 등대는 바다를 향해서 불빛을 비추지 않고 홀로 침묵을 지키며 외로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겨울바다는 여름보다 한적하여 바람과 파도가 어우러져 차분하게 사람들을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기에 먼곳에서 강진의 바다를 찾아오게 한다. 
  선창가 저녁시간은 고즈넉히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고 어판장의 중매인들의 분주한 모습만이 잠시의 한적함을 잊게해준다. 싱싱한 활어가 수족관에서 펄펄뛰며 금방이라도 바다를 향해서 뛰쳐나갈것만 같이 힘찬 생명력이 있다.  
 바다의 싱심함을 입으로 느끼고가 횟집에 들려 농어를 한마리 주문하여 함께온 일행과 함께 녹차에 희석시킨 소주잔을 기울이며 강진의 풍성한 진미를 먹으며, 웃움속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반가운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속에 정을 나누는것이 참 좋은 행복이기에 옛사람들이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반갑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의미가 가슴에 와닫는다.  
 고향땅에 살아가면서 바쁜 일상속에 강진의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다니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어서, 타지의 사람들이 강진에 대해서 물어보면 깊이있는 설명을 못했다. 이제는 주말에 시간을 내어 강진의 산하를 직접 발로 돌아다니며 고향을 제대로 느끼고 배우려고 한다.  
 객지에서 오랜만에 강진을 찾은 지인들과의 횟집에서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우리를 기다리는 차에올라 어둠이 내린길에 불빛을 비취며 달려간다. 마량을 벗어나 어느새 강진읍에 도착하여 다산선생이 유거하며 많은 학문연구의 열정을 다한 초당을 향해서 방향을 돌린다. 초당 가는길도 예전에는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갯벌 이었는데 십여년전에 간척을 하여 이제는 벼가 자라는 논으로 변했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이럴때 어울릴것 같다.  
 초당이 있는 귤동마을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서 초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솔숲에서 불어오는 솔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여 올라가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워진다. 초당가는길은 항상  설레임과 편암함이 있어서 큰 부담없이 자주 찾는다. 초당에 도착하여 소나무 우거진 숲속너머 어둠속 강진만(漫)이 내려다 보이고 물결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다산이 은거하면서 실학사상을 꽃피우며 민본정치의 이상향을 꿈꾸었던 곳이라서 다산의 숨결이 느껴진다. 작은 연못은 산에서 내려온 물방울이 고여있고 정석(丁石)이라고 새겨진 바위뜸엔 오래전 다산이 심었다는 녹차가 겨울에도 푸른잎을 간직하고 있어서 초이선사와의 정신적 교감을 나누었던 곳을 짐작하게한다.  
 일행들과 다산선생의 일생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듬고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시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초당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전통찻집에 들려 곡우차를 마시며, 다산사상에 심취한 주인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녹차의 향을 음미하며 다산선생이 우리에게 전하는 멧세지를 들었다.  
 찻집에서의 정겨운 시간들을 뒤로한채 아쉬운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금 차에올라 강진읍으로 향한다. 강진읍에서 함께한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하여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삶이 무의미 하다고 느껴지면 잠시 떠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강진의 문화유적지를 자주 다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