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8월의 마량음악회

작성일
2009.05.11 12:58
등록자
이홍규
조회수
1363
마량미항 음악회 (2007. 8. 19)
 
8월의 폭염이 온몸을 땀에 젖게하고 시원한 나무그늘을 찾아 잠시 더위라도 잊고싶은 생각에 집을 나섰다. 집밖을 나오니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얼마나 강한지 숨이 막힐지경이다. 집에서 가까운 군동의 금곡사 계곡을 향해서 차에 올라 달려갔다. 그리 높지않은 곳에 위치한 금곡사 계곡은 우뚝솟은 바위틈 사이로 좁은길을 따라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내려온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주고, 나무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세상의 시름마져 잊혀진다. 양말을 벗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한 느낌은 뭐라 표현 할 수 정도로 무더위를 잊게한다.
 
세속의 삶은 참으로 마음의 번뇌와 스트레스를 많게 하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신앙생활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토요일 주말이라서 이렇게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지만 또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사람들과의 부딛침으로 또 스트레스가 다가올것을 생각하니 그리 마음은 편치않다. 하지만 자연의 품안에서 시원한 바람과 흐르는 물과 나무를 벗삼아 가져온 책을 읽으니 마음이 가장 편안하다. 한참을 책에 몰두하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즐거운 멜로디를 쏟아 놓기에 핸드폰을 받아 보니, “오늘이 강진예인회에서 주관하는 미량미항음악회가 있는날 이므로 시간이 나면 마량에 와서 음악회 구경을 하라”는 회장의 전화였다. 나는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마량을 향해서 출발하려하니 발길이 잘 안움직인다. 시원한 산바람과 계곡물이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아서 따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그냥 물리치고 마량을 향해서 차를 운전해 강진의 해안길을 달려간다.
 
해안길을 달려가며 바라본 바다에는 갯벌이 속살을 드러내고 더운 햇볕에 살결을 말리고 있고, 바닷새들은 더운날씨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갯벌위를 이리저리 날아 다니며 여름을 즐기고 있다. 바다에서도 바람이 불어오는데 약간은 습기가 섞어져 있고, 짠맛이 약간 느껴지는 갯내음이 묻어나온다. 마침 라디오에서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고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람이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해안도로를 달려가는 분위기와 일치한다. 나도 갯마을에서 태어났기에 노랫말의 정서적 분위기를 잘 이해한다. 농사와 어업을 함께했던 갯마을에서의 잠시 어린시절을 회상하면,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어머니와 동네 아주머니들은 바다로 나가, 반지락이며,낙지,조개,참게,석화,꼬막 등의 해산물을 채취하여 오셔서 위판장에 판매를 했다. 그때가 세,네살 이니까 집에서 혼자 놀면서 엄마를 기다리곤 했다. 엄마가 바닷일 갔다가 저기 멀리고 오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놀가가 뛰어가 엄마의 품에 안기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속에 가물거린다.
  
옛추억을 회상하다 보니 어느새 마량항에 도착했다. 마량은 먼 옛날 제주도에서 기른 말을 마량항에 싣고 와서 내륙으로 이동하는 중간지 역할을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거대한 성곽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돌담들이 마량의 입구에 보인다. 까막섬이 보이는 도로를 따라가니 잘꾸며진 미항공원이 나온다. 미항공원은 작년에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공원으로 여러 가지 문화행사와 휴식을 취하며 마량의 경관을 볼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한참을 걸어가니 경쾌한 음악소리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울려나온다. 강진예인회 회장과 회원분들이 음악회 리허설 준비에 한창 이다. 순천에서 국악민요공연을 위해서온 여자 두분이 더운땀을 흘리면서 힘차게 노래를 연습하고, 잠시 지난번 탐진강 은어축제때 트롯트를 불렀던 어린이가 어른 못지않는 실력으로 트롯트를 유창하게 연습하고 있다. 리허설이 끝나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중에 공연을 준비하는 회장과 회원들과 손인사를 나누고 행사준비의 노고를 위로했다.
 
“잠시후에 마량미항음학회를 시작 하니 관광객및 주민여러분 께서는 공연장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사회자의 안내방송이 있은후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메워 마량음악회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사회자의 인사말과 함께 강진에서 노래를 잘 하는분이 나와서 J에게 등 널리 알려진 노래 세곡을 불렀고, 관객들의 힘찬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첫순서는 강진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공연부터 한다고 한다. 다음순서는 광주에서 라이브 음악활동을 하는 가수가 나와서 발라드와 경쾌한 여러곡을 노래한다. 음악회 모습을 사진에 담기위해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캠코더에 동영상을 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활발하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음악회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울산에서 온 오카리나 연주자의 공연은 많은 사람들의 환성을 자아내게 했다. 흙으로 만들어 구운 작은 악기에서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와 온 마량항을 가득 채우며,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 시켰다.
 
음악회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제갈길로 돌아가고, 강진예인회 회원들은 행사장을 정리하고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회원들이 서로를 칭찬하며 소줏잔에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식사를 마치고 미항공원에 모여 우리들의 뒷풀이 행사를 하자고 회장이 제안을 하여, 함께 모여 앉아 사물놀이를 하는 김현주 회원의 장구장단에 맞춰 흥겨운 민요가락에 젖어들고, 마량음악회를 보려고 순천에서온  분이 우리와 합석하여 전통춤사위를 펼쳐보였다. 우리춤 우리가락이 친근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풀피리를 연주하는 회원의 풀피리연주가 여름밤의 열기를 식혀주고, 웃움소리와 박수소리가 가득히 여름밤은 깊어간다. 무더운 열대야 현상 때문에 그런지 미항공원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거, 어떤 사람은 텐트까지 설치해 놓고 잠못이루는 여름밤을 달래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이야기꽃이 활짝 핀후에 자리를 마무리하고 회원들은 저마다의 쉼터를 향해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어둠이 깊게내린 마량향을 밝히는 가로등이 환하게 바닷물에 출렁대고 머나먼곳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등뒤로 마량을 떠나 차는 달리기 시작한다. 너무나 문화의 소외지역 이라서 그런지 마량음악회 같은 행사가 우리 지역에서도 많이 있었면 좋겠다는 생각한다. 이러한 지역문화의 소외와 낙후를 극복하고 지역문화를 활성화 시키고자 작년 12월에 강진예인회가 창립되었다. 회원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함께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서 저마다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역문화예술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수도권에 밀집한 문화예술은 마치 뿌리없는 나무와 같이 생명력이 없다. 문화예술은 지역간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모두가 즐기며,참여하는 문화의 나눔이 실천되어야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