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에 박힌 두 손녀의 얼굴

작성일
2013.06.26 11:22
등록자
이형문
조회수
1709
필자의 막내 여식이 늦은 나이에 아이 출산을 위해 먼 이국땅 “피지”에서 강진까지 왔습니다. 강진의료원에서 신생아를 출산한 날이 2013년 2월 10일 오후 7시경이었습니다. 그 출생아가 하나님의 은혜(恩惠)와 보살핌으로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건강하게 성장하여 출산한 지 5개월 여 만에 6월 20일 “피지”로 다시 떠나갔습니다.
 
큰 손녀 여식은 임시로 강진 중앙초등학교 5학년에 청강생으로 재학시켰습니다. 그런 이들과 8개월 간 함께 살아오면서 오만 정을 다 주고 받으며 지내던 때를 뒤로 하고 떠나보내는데.. 인천공항 플랫폼에서 이별의 아픔으로 새마을 열차를 타고 오는 차창 밖을 보는 걔네 할머니가 내 곁에서 내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막상 강진 집에 돌아오니 집안이 텅텅 빈 듯 더더욱 허전(虛傳)함을 감출 수 없었지요. 이들이 있던 방에서 갓난애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듯 했고, 아침이면 세 모녀가 방에서 사랑으로 가득한 웃음꽃이 피어날 때 함께 정겨운 사랑을 주고받던 모자의 모습들..... 거실에 아이를 보듬고 나와 글 쓰는 할아버지 곁에 다가와 티 없이 천진난만(天眞爛漫)하게 웃는 그 모습이 눈 속에 가시처럼 박혀 더더욱 잊혀질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많은 이별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이 노년에 이토록 가슴깊이 못이 박히도록 아픔을 견뎌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느꼈습니다. 그 손녀 애들을 살아생전 또 언제 다시 한 번이라도 만나보게 될 것인가? 를 생각해보니 그 아쉬움이 더 큽니다.
 
남태평양 적도구역상에 “피지”는 한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10시간이나 소요되는 먼 거리입니다. 필자는 그 곳에서 13년의 이민생활을 하다가 고국에 돌아와 전국을 다 돌아다니다가 노년에 강진의 첫 인상인 자연경관(自然景觀)에 흠뻑 빠져 정착해 살아온 지 벌써 6년하고도 3개월이나 됩니다. 강진군의 배려(配慮)로 처음에는 칠량면 영복리 한림마을 한옥에서 거처하다가 지금은 강진읍내 보은산(寶恩山) 기슭아래 사의재 쪽에 글 쓰며 조용히 노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번 애들을 전송하기 위해 며칠간 서울 도심을 전철이나 택시로 누비며 다녔는데 정말 공기가 좋지 않아 목이 답답함을 느끼며 강진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강진은 천혜(天惠)의 복 받은 남도 답사 1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