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맥축제 참여하며 1박2일 강진투어 여행기

작성일
2023.09.04 18:00
등록자
차○희
조회수
223
조명섭 가수 공연모습
사의재
#제1회강진하맥축제 23.8.31
#남도1번지강진여행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에 사는, 가수 조명섭 팬입니다.
이번 하맥축제에 초대된 조명섭 가수님 따라 강진에 와서 1박2일을 보낸 감상문을 적어봅니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맨처음 등장한 곳이 #남도1번지 해남,강진인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러니 내가 이 곳을 안다녀갔을리가 만무하지만 하루만에 다녀오는 당일치기는 그 곳을 속속들이 다 둘러볼 수가 없는데 마침 조명섭 가수님이 강진 하맥축제에 초대된다 하니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강진을 가서 유홍준님이 강추하는 무위사를 꼭 간다고 단단히 벼른 후 축제 당일,
네비에 무위사를 치고 3시간여를 달려가니 두둥~! 헉~!
갑자기 어인 괄목할만한 산세가 훅 나타났다.
'아니 저거슨... 아...! 월출산인가보다!'

험하기로 악명높은 이 산을 몇년전에 죽기살기로 정상에 오르며 죽다 살아났기에 이 걸출한 산세가 눈에 익어 있다. 그 때도 그랬지만 참 맥락없이 두둥~! 갑자기 확 시야에 나타남과 동시에 탄성이 터지게 만드는 위압적인 바위산이다.
마침 바로 나타난 졸음쉼터에 차를 파킹하고 황화코스모스가 나풀거리는 늦여름 풍경을 넣어서 월출산을 찍었다.
'난 강진을 가는데 영암 월출산이 갑자기 왜 나타나지?' 라며 어쨋거나 생각도 못한 횡재에 계탄 기분으로 계속 월출산을 옆으로, 앞으로 보며 도로를 달렸다.

무위사가 강진 북부에 있는데 월출산 바로 아래에 있어 일주문에도 월출산무위사라고 쓰여 있었다.
난 이게 너무 로또였다.
월출산과 무위사가 한팀이라니!!!
그니깐 강진과 영암 경계에 있는 산임을 이제서야 알았다.
월출산에 홀려서 무위사 들어가는 입구도 놓치고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가는데 월출산과 어우러진 어느 가로수길이 나를 또 손짓했다.

가을빛을 살짝 머금은 가로수 위로 창공은 사파이어처럼 밝게 파랬고, 월출산의 스카이라인은 황홀했고 길은 아름다웠다.
산 하나가 주변 풍경을 다 아름답게 만드는구나!

무위사로 곧장 가지 않고 한눈 팔아서 옆길로 새는 중에 또 과광~!
오른편 멀리 범상치 않은 석탑이 눈에 들어왔다.
또 스르르~ 핸들을 꺾었다.

여기까지 쓰고서 이 석탑에서 2시간여 지체했다. 검색하느라.
'이 특이하게 다가오는 미감은 뭐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세련되고 품격있는 아름다움이라고 다들 극찬을 해놨고, 부여 정림사지5층석탑과 비슷한 아름다움이라고 일괄적으로 써놔서 정림사지탑도 다시 찾아봤다.
'어떤점이 세련됐다는 거여?' 라는 나의 물음에 정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잠시 들렀던 폐사지 석탑에서 이리도 글이 길어질 줄은 쓰기 전엔 생각지도 못했다.
답은 유홍준님이 주시겄지 하면서 블로그를 뒤져봐도 그도 아주 간단히만 써놨다는거다.
별 느낌이 없으셨나?
설마?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월남사터 의 월남사3층석탑 은 희한하게 내 맘을 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써놨다.
뭔지모르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그럼 일반적인 탑은 어떤가? 잘모르겠어서 내가 감동받았던 익산 왕궁리석탑, 부여 무량사 석탑도 다시 찾아보고 신라 감은사지탑도 찾아본 것은 대체 나는
'왜 이 탑이 이리도 알지못할 미감으로 세련됐냐' 이거다.
'이거 조명섭인데?'
알지못할 감동말이다. 형언키 어려운 아름다움으로 치면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라고 썼다.
이런 고도의 미감을 봤나!
영문도 모른 채 조명섭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 댔는데 쩌는 미감의 소유자인 고흐는 그 점이 아름다움의 본성이라고 쓴 것이다.
몰라야 마법인 것이다.

완결성의원리로 난 영문모르는 불편함을 기어이 정리해버려야 하는 사람이라 나름대로 해석을 내린다.
내가 아는 탑들은 그 비례감이 다 안정적이다.
그런데 이 탑은 그 안정감을 코웃음치는듯 하부 기단보다 1층 처마 폭이 더 넓다.
이 불안정한 긴장감이 주는 파격미,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작은 기단에 비해1층 몸통이 길어서 탑이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해 보이는데
돌이 아니라 벽돌을 쌓은듯이 두툼하게 포갠 옥개석이 처마 위에도 특이하게 두툼히 쌓여서 호리함을 잡아주는 무게감과 두께감이 품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넙적한 카스텔라같이 생긴 특별한 장식없는 옥개석들의 단순한 모양이 뒤에 화려한 외관의 월출산과 대조감을 주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세련미를 준다.
물론 월출산이 없이 이 탑만 있어도 현대적인 미감을 준다.
기단이 커서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안정감을 줬더라면 이 탑이 주는 알지못할 미감의 매력, 즉 불완정성의 완전함이 주는 미감은 줄었을 것이다.

참 이상한 것은 이 탑은 혼자로도, 배경에 그 어떤 것이 주어져도 그 매력이 대단하다.
빈 들판에 홀로 있어도 꽉 찬듯 아름답다.
꼭 조명섭같다.

월남사터를 나와서 무위사로 넘어가는 길에는 녹차밭이 있어서 적당한 눈요기가 되고 길은 고즈넉하니 내가 옆으로 샌 이 코스를 강추한다.

무위사,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란 말인가?
책 읽은지가 오래되어 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책도 없고 해서 나만의 답사기를 써야하는데 무위사는 생각보다 스케일이 있었다.
여기도 영주부석사 처럼 시퀀스가 인상적인데 부석사만큼 가파른 계단이 아니라 푸근하고 기분좋은 계단을 쭉 올라가다가 보제루 아래를 지나 마지막 계단을 중간쯤 올라가면 과광~! 한다.
푸른 하늘과 정갈하고 단아한 지붕이 주는 멋진 풍경에 일순 스톱하며 눈맛을 만끽하게 된다.
건물을 가로로 절반쯤 보며 뒤에 펼쳐질 환희를 잠시 디레이 시켜두는 이 멈춤 조으다~^^

보제루 앞 굵은 나무들이 인상적인데 그 앞에 서면 시원한 바람 덕에 무위,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극락보전의 맞배지붕만 하염없이 보게 된다.
극락보전은 건물자체가 통째로 보물인데 세종 때 지었어도 임진왜란의 화마를 용케 피한 보석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명문장을 건축물로 보여준다.
검이불루는 외관이요 화이불치는 내부였다.
난 '깡이 있는 건물이구나!' 를 느꼈다.
대부분의 절집이 팔작지붕인데 홀로 맞배지붕일 수 있는 깡.
이런 맞배지붕은 대부분 좀 소홀(?)한 공간에 쓴다. 가령 화장실이나 창고 같은 그런...
그런데 소박함의 상징인 맞배지붕을 극락보전에 쓴 그는 누구인가?

단청없이 소박해서 뭔가를 쫘악~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게 역설미인가?
질문과 의문을 던지는 이 건물을 보며 또 조명섭을 생각한다.

겉꾸미지 않음은 내부가 워낙 충실하다는 뜻인가?
내부도 다 보물이라 벽화와 삼존불상이 다 고급진 품격이 있고 내부 천정에는 불심이 주는 정성이 탄복을 자아낸다.

수평과 수직적인 요소가 심플하니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매혹적이다.
눈이 라도 내린 날에는 누구 말따나 지붕의 세로선이 주는 '조용한 단순함'이 '고귀한 위대'를 뿜어낸다.

시선을 계속 잡아두는 것은 지붕의 용마루다.
단순한 수직과 수평적인 요소들에서 용마루만 살짝 곡선인 이것이 파격미를 주어 지루하지 않음과 동시에 품격을 부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내지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이 무위는 내면이 탄탄하면 외면을 꾸며서 보여줄 필요가 없음을 건축적으로 보여준다.
조명섭의 노래같다.

무위사는 측면이 주는 예술미도 빼지 않지만 그건 다른 블로그에서 읽으시고,
무위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강진종합운동장 으로 가니 EDM 소리가 화려하고 에밀스들이 땡볕에 뛰고들 계셨다.
객석이 아직 안찼고 이른 시각이었지만 축제장을 에밀스들이 이미 축제로 만들고 있었다.

하맥이 뭔 소린가? 했더니 하멜촌 맥주 이기도 하고 여름보리를 원료로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멜 표류기를 쓴 네덜란드 상인 하멜이 13년이나 거주한 곳이 이 곳이니 다음날 하멜기념관을 한번 들르고 싶으나 뜻을 이루진 못했다.
입장료 만원을 내면 맥주가 무한리필인데
운전 땜시 맥주는 못마셔도
강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충만하게 댄스파티가 대단했다.

맥주마시기에도 네분의 에밀스가 참여하여 재미를 배가 시켰고,
7시에 시작된 개막식, 그리고 축제를 축하하는 퍼포먼스인양 슈퍼블루문 이 떴는데 그렇게 큰 지는 모르겄으나 달을 싸고 있는 구름이 더 압권이었다.
"마시고 또 마시어 취하고 또 취해서 이 밤이 새기전에 춤을 춥시다~" 라는 기타부기 가사가 딱 맞는,
맥주와 보름달과 댄스와 음악이 어우러진 천국같은 시공간이었다.

8시20분경에 무대에 오른 조명섭가수님은 5곡을 불렀는데 마지막 곡에서 돌출무대로 나오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스탠딩 공연은 처음이다.
돌출무대 주변을 ㄷ자로 설 수 있다.
처음부터 돌출무대로 나온 다른 가수들과 달리 수줍은(?) 조명섭가수님은 4곡까지는 안쪽 무대에서 불렀다.
그래도 관객들이 앞으로 나가 있었기에 그리 멀지 않았고 가수님 얼굴이 선명히 다 보였다.
아마도 자신을 이 무대에 부른 것은 어른분들을 위해서 인가 하노라며
첫곡 꿈속의사랑에 이어 두번째 곡으로 아빠의청춘을 불렀다.
"오 인생이란 무엇인가 청춘은 즐거워" 로 시작되는 기타부기는 아니었지만
한결 유창해진 가수님의 다함께 즐기자는멘트와 함께 보름달도 친구가 되어 공연장은 문리버처럼 달콤했다.
에밀스들이 나눠준 민트색 고향나비핀 을 머리에 꽂은 강진 처자들은 표정들이 시종 꽃같이 환했고
에밀스들이 손에 든 응원봉은 공연에 금상첨화였으니 이런 꽃세상이 있나요?

백일홍에 이어 나포리맘보에서는, 무대에서는 조명섭가수님이 물결댄스를 추고 객석에서는 커플끼리 흥겹게 춤을 추니 강진 달빛아래 밤드리 노니는 진정한 화양연화였다.
앵콜곡으로 브라보친구를 부르며 드디어 앞으로 서서히 나오니 이건 뭐 끼약~꺅~! 난리가 날 수 밖에.
시상에 시상에 울가수님이 2미터 앞에 서 있다니요!

가수님도 이런 무대는 처음, 우리도 처음
서로가 입이 찢어졌다(?).
가수님은 ㄷ자로 3면 다 계속 손을 들어 인사해줬고, 그가 살짝만 흔들어도 꺄악~~! 난리가 나니
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오늘이 그 날이구나!' 하며 엘비스 프레슬리가 된 가수님이 드디어 제 물을 만난 것 같았다.

얼굴에 온통 함박 웃음 짓고
귀여운 몸짓을 뿜어내니
글쿤! 마지막 곡에만 무대를 나온 건 안전문제(?)였구만,
다른 가수들처럼 처음 부터 나왔으면
몇몇 과호흡 와서 들것에 실려갔으리라.
마이클잭슨 공연처럼. 하하~~

공연장 가까이 잡은 꽃마중이란 숙소는 무지 깨끗하고 마치 빨간머리앤의 그린게이블즈를 연상케 하는 2층 창문이 3면으로 다 뚫려있어서 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에어컨 보다 더 시원했다.
떠나기가 싫을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하고 기분좋은 공간이었다.

잠자리 바뀌어 당연히 잠을 설치니 피곤하여 강진투어도 포기하고 일찌감치 다음 공연장인 원주를 향해 가느라 숙소를 빠져나와 도로를 꺾으니 '영랑생가 2.5Km' 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처음부터 점찍었던 곳이 무위사와 #영랑생가 였으니
'아참! 여기서 가까웠지? 그래 저기만 잠시 들렀다 가자' 하며 방향을 틀었다.

근데 어렵쇼 영랑생가 가기전에 #사의재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또 꺾었다.
시상에! 여기가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와서 처음 4년을 묵은 주막집이구만!
얏호~~!
중요한 건 이 마을이 무척이나 예쁘다는 거다. 윗물은 식수로 쓰고 아랫물은 빨래터로 썼다는 동문샘이 보통 품격이 아니다.
동문샘 바로 옆이 사의재인데
배롱나무 꽃과 초가집과 연못이 이루는 풍모에 눈이 번쩍 뜨인다.
정호승 시인의 시가 있는 다산주막에서는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바로 취했다.
그림같은 초가집이 어찌 이리도 검이불루란 말인가!

사의재 바로 앞에는 공방이 하나 있어서 공정여행의 기치로 쇼핑! 강진에서 돈을 써야제 암만!
몇가지 선물을 샀다.
이젠 영랑생가로 가자며 골목을 꺾으니 강진미술관이 또 나타났다.
아니 여긴 뭣이 이리 많노?
조선6대 부호중의 한 분이 백두산 소나무로 1929년에 지은 별장이라는데 와~! 역시 부자는 다르네.
뒷편으로 올라가면 큰 배롱나무와 탄탄한 한옥이 주는 기품이 남다르고
멀리 강진만이 보인다.

서둘러 미술관을 나와서 영랑생가로 갔다.
내가 아는 보통의 생가들은 죄다 셋트장 같으니 여기도 별 기대없이 왔는데 우와~!
강진은 도대체 왜 이런 것이여?
초가집이 뭐이리 멋있노? 어잉?
영랑이 서울로 이주하기 까지 45년간 살았던 곳이라는데 사랑채와 안채 2동이 있고 당연히 곳곳에 모란이 심겨져 있으나 때가 아니라서 아쉽지만 모란 필 때 가면 참 좋을, 마음을 끄는 품위있는 초가집이다.

강진은 사랑스러운 곳이다.
영랑생가 앞에도 예쁜 공방이 있어서 또 쇼핑, 도저히 돈을 안쓸 수가 없다.
간단한 소품 몇가지를 샀다.

짧은 시간 돌아봐도 강진은 정말 놀라운 것이 남도답사1번지가 될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내 여태 이리도 멋진 도시는 처음 봤다.
조용하고 깨끗한데 모든 곳에 예술미가 깃들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무슨 도시재생같은 그런 부흥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뼈에 박힌 거 말이다.
제일 놀란 것은 수목이다.
수목은 그 도시를 말해주는 첨병이다.
군청앞, 경찰서앞, 도서관앞에 서 있는 노거수들이 도시의 품격을 보여줬다.

고목나무 하나가 보여주는 도시의 품격을 제대로 아는 강진은
도로만 봐도 감탄이 또 나온다.
연석에서 세심함이 보이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가게 앞은 연석을 낮춰서 주차하기 편하게 해놨다.

조용하며 깨끗하고 낮은 건물들은 이 곳을 그냥 무작정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내가 늘 예찬하는 남도의 미감,
특히나 강진은 자랑스러운 품격의 도시라서 강진을 사람으로 비교하면 조명섭이더라. ㅡ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