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을 원하세요? 이곳에 가보세요.

작성일
2021.12.26 15:33
등록자
박성우
조회수
354
명선하우스의 설경
명선하우스 거실에서 본 뜰의 전경
명선하우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곳의 표주박 소품
명선하우스에서 머물고 간 이들의 소감쪽지
올해 마지막으로 체험하는 행운을 가진 강진군 푸소농가 일주일 살기!
일주일 살기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뜻이 잘 융합되어 만들어진 최고의 상품이 아닐까?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20년과 21년 전반기의 두 차례 시도는 실패했고, 금년 10월 초 세 번째 도전 끝에 3박 4일씩 두 군데의 농가 예약(12.13(월)~19(일))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반의 기다림. 오랜 소원이어서 그랬나? 체험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대감과 집에서 푸소농가로 내려가던 날의 설레임은 지금까지 많은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첫 번째 도착한 체험 농가 꽃뜰은 이런 나와 와이프의 기대감과 설레임을 저버리지 않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대문 앞까지 마중 나온 연세 지긋하신 주인아주머니의 친절한 손님맞이는 새로운 곳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이어서 나온 강진 막걸리와 쭈꾸미를 포함한 지역특산물, 그리고 직접 키운 각종 채소로 차려진 풍성하고 따뜻한 저녁상은 낯모르는 가정에서의 식사에서 오는 어색함을 봄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밥상이었다. 그리고 식사와 차 마시는 내내 강진지역 관광을 위해 다양한 지역을 가이드 뺨치게 설명해주시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은 벌써 강진을 다 둘러본 것처럼 착각하게 할 정도였다.
이후 짧은 3일 동안 속 편하게 다니라고 아침마다 메뉴를 바꿔가면서 해주신 호박죽, 연잎밥, 전복죽은 너무 맛있어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다 보니 오히려 속이 거북해지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든든한 지원때문인가? 주인아주머니의 소개를 받고 돌아본 가우도, 마량진, 다산초당, 백련사, 영랑생가, 청자박물관, 민화박물관, 병영성, 강진다원 등 강진의 모든 것들이 전혀 낯설지 않고 가깝게 느껴지면서 왜 진작 이곳을 와보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감마저 들었다.

꽃뜰에서 3박 4일을 지내고 두 번째로 방문한 명선하우스는 강진 시내에서 약간 외곽에 자리 잡았는데, 향나무를 빙 둘러 심고 잔디가 촘촘히 심어진 널찍한 뜰이 돋보였다. 주차장까지 손님을 맞으러 나오신 넉넉해 보이는 주인 내외분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들어간 이 집은 농가보다는 펜션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아주 깔끔한 2층집이었다.
매일 아침 주인 내외분과 함께 정성껏 차려진 음식들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주고받은 정감 어린 대화들은 관광하면서 느끼는 것들과는 또 다른 힐링 시간이었다. 우리나 주인 내외분이나 그동안 어떤 접촉도 없었던 낯선 사람들의 만남이었다. 그럼에도 세상을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일상 관련 대화들은 전혀 어색함이 없는 오랜? 지기들의 대화라는 느낌을 주는 푸근하고 정감어린 것이었다.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면 8시에 시작한 아침 식사가 매번 10시쯤에 끝났을까?
강진에서의 일주일이 모두 끝나고 서울로 떠나오던 날. 명선하우스 아주머니가 담아주신 한 무더기의 무, 갓, 쪽파, 그리고 군고구마는 마치 “비록 낯설게 시작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너희와 우리 사이에 연결된 끈은 결코 끊을 수 없는 인연이 되었어”라고 무언의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나와 아내는 강진에서 보낸 시간들을 돌아보느라 바빴다.

간단히 소감만 적으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느낀 점들을 적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긴 소감문이 되었다. 푸소농가에서의 일주일, 그리고 강진과 주변 지역관광은 내 일생에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다. 이런 시간이 또 올지 모르겠지만,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친한 친구 부부와 같이 오고 싶다. 강진에서 체험하면서 느꼈던 사람 사는 맛을 그들과 같이 나누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