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중미씨의 베스트셀러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인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서 원주민 100% 정착을 목표로 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모든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 지으면서 원주민을 떠나게 만드는 기존 재개발 방식과 달리, 낡은 주택을 개량하는 주거환경 개선, 안정된 주거를 위한 임대주택 건설, 지역주민 자활을 돕는 공동작업장 설치 등으로 원주민과 마을을 함께 살리는 새로운 실험이다.

인천광역시와 인천 동구는 만석동 쪽방촌 지역의 기억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부분적으로 남김으로써 지역의 유래와 문학적 배경, 지역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살리는 ‘도시주거지 재생 사업’에 나섰다고 14일 밝혔다.

이곳은 인천항 개항과 더불어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인천시에서 가장 오래된 빈민지역이다. 일제시대 조선소 등 가난한 노동자들의 숙소였고, 6·25 전쟁 이후에는 피란민 정착촌으로 이른바 ‘아카사키촌’이라고 불렸다. 이웃의 숨소리까지 들릴 만큼 다닥다닥 붙은 집들, 한 사람만 들어서도 꽉 차는 비좁은 골목길…. 어려웠던 시대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공공 이용시설이라고는 공동 화장실 6곳과 쪽방 상담소뿐가 전부다.

이 지역 2만246㎡에는 국·공유지가 절반쯤 된다. 전체 건물 338개동의 68%인 229개동이 무허가 건물이다. 건물 1곳의 면적이 16.5~19.8㎡(5~6평)에 불과하다.

인천시와 동구는 2013년까지 혼합형 주거환경 개선 방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이곳에 사는 원주민들이 모두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낡은 집은 개량하고, 동시에 영구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 등 98가구를 지어 주민 선택 폭을 높이고, 현지 지형과 주변 환경에 맞게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형태의 저층 주거단지를 짓기로 했다. 남는 터에는 공원 등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주민들의 자활능력을 키울 수 있게 공동작업장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탄생한 배경과 주민들이 간직한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어 빈집 44개동에 북카페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마을 공동빨래방, 마을 공동창고, 주민 공동시설 같은 주민 편의시설도 조성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 쓸 예산 115억원도 이미 확보했다. 공동작업장은 정부가 시행중인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비’에서 15억원을 지원받고, 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50억원은 정부가 지원하며, 민간단체인 ‘해피하우스센터’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채기병 인천시 주거환경정비팀장은 “기존의 재개발 방식은 마을 정체성이 사라지고, 사업성이 낮은 곳에선 원주민을 내보내는 방식이어서 주민들 사이에 갈등만 깊어진다”며 “이제는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원주민이 재정착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